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하는 우리의 음력(陰曆)을 중국에서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농력農曆’이라 한다. 그 농력에 따른 ‘춘지에(春節:설날)’의 공식적인 연휴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토요일부터 귀향행렬은 시작됐다. 거미줄 같은 항공편과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철 ‘허시에(和諧)’가 대륙을 종횡으로 내달리지만 24시간 안에 그리운 고향집 대문을 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행기나 고속열차에서 내려 다시 가야 할 길이 먼 이들도 있지만 빠르고 편한 교통편의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더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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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동성 곡부 한 가정의 춘절 차례상 모습 |
중국의 춘절 귀향행렬은 여러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지만 길게는 사나흘이 넘는 이동을 위해 일반열차나 버스에 몸을 싣는 이들의 모습도 여전하다. 등에 메고, 양손에 나누어 든 서너 개씩 되는 가방과 보따리는 하나같이 몸뚱이 크기에 터질 것처럼 빵빵하다. 무슨 선물들을 저리도 장만했을까 싶지만 값싼 이과두주(二鍋斗酒)를 박스째 안아 든 사람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하긴,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서 막노동, 잡일 따위의 일로 버는 수입으로 더 무엇을 마련하랴 생각하면 가슴 뭉클하다.
비단 1년에 한 번 귀향하는 서민들만이 아니다. 중앙과 도시에서 성공한 관료, 기업가, 저명인, 심지어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춘절이면 고향을 찾는다. 몇 번 그들의 초대로 상해, 남경, 연변 등지에서 춘절을 체험했다.
일반 서민들은 집안에서 푸짐한 음식상을 차리지만 유력인사들은 지역의 유명한 식당에서 가족, 친지, 친구들과 모여 앉는다. 8대 명주(名酒)며 진귀한 요리가 가득한데 곰 발바닥 요리를 마주한 적도 있다. 서로 돌아가며 며칠을 잇는 잔치를 보며 성공의 과시인가 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 뿌리 깊은 가족의식과 끈끈한 우정도 느낄 수 있었다.
뜻밖에도 차례를 지내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에서도 위패를 모신 차례상에 향을 피우기는 해도 우리처럼 가족이 모여 절을 드리지는 않았다. 죽은 조상을 뿌리로 가지처럼 펼친 가족, 고향이라는 넝쿨로 언제든 부르고 모일 수 있는 연(緣). 농경민의 유산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넓은 세상이라 조금이라도 가까운 연을 믿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디서든 가족, 동향, 같은 성(省) 출신, 그도 아니면 중국인이라는 것만으로 손을 잡는 그 결집력은 부럽기보다 두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