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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8> 천하통일 기반 다진 목공

진(秦)나라 목공 유언 따라 신하 177명 순장… 백성들은 통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1-19 19:53:56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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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공의 칼끝 晋 향하다

- 건숙·백리해 반대한 鄭 정벌 계획
- 출정길에 들키자 대신 晋 침공
- 연전연패에 결국 군대 후퇴시켜

# 秦, 융·晋 멸하고 전사자 애도

- 목공, 융 사신 ‘유여’ 지혜에 반해
- 왕과 이간질 시켜 신하로 포섭

- 전력 다해 晋과 다시 싸워 대승
- 과거 몰살된 병사 생각에 눈물도

# 목공에 대한 후세 평가

- 죽은 뒤 어진 신하 목숨까지 앗아
- 영토 넓혔으나 맹주 그릇은 아냐

다시 진(秦)으로 돌아와 이 연재를 마치려 한다. 이제 춘추시대 끝 무렵이고 전국시대를 거치면 진(秦)이 천하를 통일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바이다. 오랑캐 취급을 받던 서북의 유목족이 전국 7웅 중 하나로 천하 쟁패에 끼어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목공이 그 바탕을 다진 덕분이었다.
   
감숙성 천수시 마가원으로 가는 산간지역. 융족은 이런 산악에서 웅거하다 말을 타고 평원을 내달렸다.
■진(秦)의 군대, 진(晋)에 연패

진(晋) 문공이 죽은 뒤 정나라 도읍의 성문을 관리하는 자가 진(秦)의 목공을 찾아와 자신이 내응할 것이니 정(鄭)을 치라고 했다. 목공은 건숙과 백리해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정나라로 가려면 다른 여러 나라의 영토를 거쳐야 합니다. 그처럼 먼 나라를 쳐들어가 승리를 거둔 예는 없습니다. 또한 정나라 성문 관리처럼 우리의 움직임을 그들에게 몰래 알려줄 자가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불가합니다.”

그러나 목공은 “나는 이미 결심했다”고 밝히고 백리해의 아들 맹명시(孟明視)와 건숙의 아들 서걸술(西乞述)을 장수로 임명했다. 출정하는 날, 배웅 나온 백리해와 건숙은 통곡했다.

“출정하는 군대 앞에서 통곡이라니!”

목공의 호통에 두 사람은 “감히 군대를 막을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저희의 자식들이 출정하는데 소신들이 늙은 나이라 너무 늦게 돌아오면 다시 만날 수 없을까 걱정하여 울고 있는 것입니다” 답하고 자식들에게 다가가 일렀다. “너희는 반드시 효산(殽山)에서 패할 것이다.” 효산은 진령(秦岭)산맥의 지맥으로 전투가 벌어진 곳은 지금의 하남성 낙령(洛寧)현 인근의 晋 세력권이었다.

진(秦)의 군대는 진(晋) 영토를 지나가려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주 왕실의 북문을 통과했다. 제후의 군대가 왕실의 영토를 지날 때는 갑옷을 벗고 무기를 거둬 한곳에 묶어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비난을 샀다. 그렇게 행군을 계속해 진(晋)의 변성(邊城)이던 활(滑)읍이라는 곳에 도착했을 때 현고(弦高)라는 상인이 소 12마리를 끌고 주나라로 팔러 가고 있었다. 그는 진(秦)의 군대가 정나라를 치러 간다는 사실을 알고 사람을 보내 제후에게 알리도록 하는 한편,진(秦)의 장군에게 정(鄭)의 군주가 군사를 위로하도록 보냈다며 끌고 가던 소를 바쳤다. 그러자 진의 장군들은 정나라가 침공 계획을 알아차린 것으로 생각하고 대신 활읍을 점령했다.

당시 진(晋)은 문공의 상중으로 아직 매장도 하지 못한 처지였다. 새로 군주가 된 양공은 대노해 상복을 입은 채 군사를 일으켰다. 효산 골짜기에 매복한 진(晋)의 군대는 진(秦)의 군대가 진입하자 일거에 공격해 거의 몰살시키고 두 장수도 생포했다. 그런데 진(秦)의 공주로 시집왔던 문공의 부인이 “두 장군은 내 아버님의 명을 거역하고 활읍을 공격한 것입니다. 이 자들을 돌려보내 아버님이 직접 삶아 죽이도록 해주시오” 청하니 양공은 그 말을 따랐다.

목공은 두 장군이 돌아오자 교외까지 마중 나와 “내가 백리해와 건숙의 의견을 따르지 않은 결과이니 그대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반성하며 그들을 본래 관직에 복귀시켰다. 그 후에도 목공은 진(晋)을 공격했으나 팽아(彭衙:섬서성 합양(合陽)현 인근)에서 또 패하는 좌절을 겪었다.

■마침내 진(晋)을 격파하고 서쪽의 융족까지 정벌하다

   
감숙성 천수시 마가원 산상에서 발굴된 융족 분묘와 부장된 마차를 복원(아래 사진)한 모습. 오랑캐로 불리며 진나라 목공에게 정벌당한 융은 황하 서북 지역에 자라잡았던 기마민족이다.
진(秦)의 서쪽 감숙성 일원에 융(戎)나라가 있었다. 그 왕이 유여(由余)라는 사신을 보내왔는데 진(晋)나라 출신이었다. 진(秦)의 국정을 살피는 목적이었는데 융은 오랑캐임에도 정치는 제법 안정된 데다 전투력도 강했다.

목공이 물었다. “중원의 모든 나라는 시서(詩書), 예악(禮樂), 법도(法道)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데도 소란이 그치지 않소. 귀국은 이렇다 할 통치 기준도 없는 것 같은데, 어려움을 겪지 않소?” 유여가 답했다. “예악과 법도에도 소란스러운 것은 애초의 뜻과 달리 후대 왕들이 교만과 음락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법과 제도만 믿고 백성을 문책하니 피폐해져 군주를 원망하고 다투다가 찬탈에까지 이르는 것입니다. 그러나 융족은 윗사람은 순박한 덕으로 다스리고 아랫사람은 충성으로 받드니, 그저 한 사람이 자기 한 몸을 다스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성인의 정치가 아닐지요.”

감탄한 목공은 신하를 불러 유여와 같은 현능한 인물이 적국에 있으니 우환이라며 걱정했다. 이에 왕료(王廖)가 이간책을 냈다. “융왕은 벽지에 있어 중원의 음악을 모르니 미녀가무단을 보내 정치에 태만하게 하고 유여의 귀국을 늦춰 의심하게 하소서.”

목공은 즉시 열여섯 명의 미녀가무단을 융에 보내고 유여에게는 친근한 정을 보이며 귀국을 지연시켰다. 과연 1년이 지나도록 가무단이 돌아오지 않자 그제야 유여를 귀국시켰는데 융왕은 가무단에 푹 빠져있었다. 유여는 가무단을 돌려보내길 간청했지만 왕이 듣지 않자 실망했다. 사정을 파악한 목공은 비밀리에 사람을 보내 유여의 망명을 설득해 성사시킨 뒤 그를 빈객으로 삼아 융족을 정벌할 계책을 준비했다.

재위 36년이 되던 해, 목공은 군사를 일으켜 먼저 진(晋)을 공격했다. 이때 진(秦)의 군대는 황하를 건넌 뒤 배를 모두 불살라 필승의 결의를 다지니 마침내 진(晋)의 궁궐과 도읍까지 점령해 효산 패전의 치욕을 씻을 수 있었다.

귀국 길에 효산에 이른 목공은 그동안 골짜기에 버려졌던 유해들을 수습에 매장한 뒤 전국에 사흘의 애도령을 내리고 장중하게 제사를 지냈다. 목공이 말했다.

“병사들이여, 나의 맹세를 들어라. 우리 조상들은 매사에 노인의 말씀을 충실하게 따라 큰 착오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건숙과 백리해의 충언을 듣지 않아 수많은 충성스러운 병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그리하여 오늘 통한의 고백을 하노니 후세 사람들에게 나의 과오를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 이에 많은 군자가 눈물을 흘리며 ‘아! 사람을 대하는 진(秦) 목공의 진실한 태도가 있기에 맹명시 같은 신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칭송했다.

이듬해, 목공은 유여가 세운 계책에 따라 서쪽 융족 열두 나라를 모두 토벌하고 영토를 천 리나 넓혔다. 이에 주나라 천자는 목공에게 금으로 만든 북을 하사하고 그 공적을 치하했다.

■목공이 중원으로 진출 못한 이유

기원전 621년 목공은 재위 36년을 끝으로 죽어 옹(雍:섬서성 보계시) 땅에 묻혔다. 이때 순장된 사람이 177명에 이르렀는데 목공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문사들은 ‘황조(黃鳥)’라는 시를 지어 순장된 이들을 애도했다. 그에 대한 후세의 냉정한 평가를 보자.

‘진(秦) 목공은 영토를 넓혀 나라를 부강하게 했다. 동쪽으로 강한 진(晋)을 제압하고 서쪽으로는 융족을 장악했다. 그러나 맹주가 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죽은 후에 백성을 버리고 어진 신하를 순장시켰기 때문이다. 고대의 성왕들은 서거할 때도 후세를 위해 은덕을 베풀어 그 본을 보였다. 하물며 백성들이 사랑하는 어질고 유능한 신하를 순사시키다니! 목공이 더는 동쪽으로 발전할 수 없었던 이유를 이로써 알겠다.’

순장은 주나라 이후에는 금지된 제도였다. 하지만 오직 순장 때문이었을까. 뒷날 시황제 영정(贏政)은 병마용으로 순장을 대신하게 했으니 그 욕망은 멈추지 않는 유전자인 셈이다. 천하를 통일해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의 주인이 되었으니 한족으로, 중원의 제후로 기록되었으나 그들은 분명히 다른 성향의 족이었다.

어쨌거나 변방의 종족이었지만 강한 무력으로 제후가 된 후예로 기어이 천하통일의 토대를 마련한 목공은 한 시대의 영웅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 진(晋) 문공에 대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사람에 대한 신의가 있었고, 자신의 과오에 솔직하고 통렬한 반성도 하는 정직한 지도자였다.


# 며칠 여정의 춘절 귀향행렬…뿌리 사회 기반 결집력 강해

   
산동성 곡부 한 가정의 춘절 차례상 모습
달의 운행을 기준으로 하는 우리의 음력(陰曆)을 중국에서는 농사의 기준이 되는 ‘농력農曆’이라 한다. 그 농력에 따른 ‘춘지에(春節:설날)’의 공식적인 연휴는 24일부터 30일까지 7일간이다. 그렇지만 이미 지난 토요일부터 귀향행렬은 시작됐다. 거미줄 같은 항공편과 시속 300㎞를 넘나드는 고속철 ‘허시에(和諧)’가 대륙을 종횡으로 내달리지만 24시간 안에 그리운 고향집 대문을 열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비행기나 고속열차에서 내려 다시 가야 할 길이 먼 이들도 있지만 빠르고 편한 교통편의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더 많기도 하다.

중국의 춘절 귀향행렬은 여러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바지만 길게는 사나흘이 넘는 이동을 위해 일반열차나 버스에 몸을 싣는 이들의 모습도 여전하다. 등에 메고, 양손에 나누어 든 서너 개씩 되는 가방과 보따리는 하나같이 몸뚱이 크기에 터질 것처럼 빵빵하다. 무슨 선물들을 저리도 장만했을까 싶지만 값싼 이과두주(二鍋斗酒)를 박스째 안아 든 사람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하긴, 도시의 가장 밑바닥에서 막노동, 잡일 따위의 일로 버는 수입으로 더 무엇을 마련하랴 생각하면 가슴 뭉클하다.

비단 1년에 한 번 귀향하는 서민들만이 아니다. 중앙과 도시에서 성공한 관료, 기업가, 저명인, 심지어는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이들까지 춘절이면 고향을 찾는다. 몇 번 그들의 초대로 상해, 남경, 연변 등지에서 춘절을 체험했다.

일반 서민들은 집안에서 푸짐한 음식상을 차리지만 유력인사들은 지역의 유명한 식당에서 가족, 친지, 친구들과 모여 앉는다. 8대 명주(名酒)며 진귀한 요리가 가득한데 곰 발바닥 요리를 마주한 적도 있다. 서로 돌아가며 며칠을 잇는 잔치를 보며 성공의 과시인가 했는데 꼭 그것만은 아닌 뿌리 깊은 가족의식과 끈끈한 우정도 느낄 수 있었다.

뜻밖에도 차례를 지내는 모습은 보지 못했는데 공자의 고향 곡부(曲阜)에서도 위패를 모신 차례상에 향을 피우기는 해도 우리처럼 가족이 모여 절을 드리지는 않았다. 죽은 조상을 뿌리로 가지처럼 펼친 가족, 고향이라는 넝쿨로 언제든 부르고 모일 수 있는 연(緣). 농경민의 유산이기는 하겠지만 너무 넓은 세상이라 조금이라도 가까운 연을 믿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디서든 가족, 동향, 같은 성(省) 출신, 그도 아니면 중국인이라는 것만으로 손을 잡는 그 결집력은 부럽기보다 두렵게 느껴진다.

소설가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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