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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5> ‘송양지인’ 인의인가, 어리석음의 교훈인가

초나라와 전쟁한 宋(송나라)의 양공, 인의 지킨다고 기습공격 않았다가 패전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9 19:37:2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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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공의 불필요한 어짊

- 재상 목이 속전속결 간언 했지만
- 초 군대 전열정비 끝난 후 공격
- 늙은 병사는 살려두는 관용도
- 결국 전쟁에 패하고 활까지 맞아

# 춘추시대, 전쟁에도 규칙 있다

- 제후 병력 많아도 9000명 제한
- 적에게 등 보이며 도망치거나
- 깃발 손상되면 패국으로 간주

# 오나라, 살육전 시대를 열다

- 문신 새기고 오랑캐 자처한 민족
- 지형 특성상 보병전에 안성 맞춤
- 군사전문가 영입해 전략적 전투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춘추시대가 열릴 무렵 제후국 수는 수백 여에 달했다. 많게는 1000여 개가 넘었다는 설도 있다. 그 많은 제후국이 하나둘 강한 나라에 병합당하며 숫자를 줄여가고 있었지만 패권에 가까운 나라들과 얽혀 더욱 고초를 겪으면서도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가는 제후국도 있었다. 그중 몇몇 나라는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송(宋)도 그중 하나이다.
   
‘인의’가 새겨진 군기를 앞세운 송(宋) 양공의 군대가 초와 전쟁에서 진격하고 있다.
■상나라의 후예 송(宋)

송의 시조는 미자계(微子啓)로 상나라 폭군 주왕의 이복형이다. 동생의 폭정에 여러 차례 충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태사(太師) 기자(箕子)와 소사(少師) 비간(比干)의 권유를 받아들여 망명했다. 뒷날 상을 토벌한 주나라 무왕이 그 조상들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남성 상구(商丘)에 송으로 봉했다. 태사 기자는 상이 망하자 고조선으로 망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비간은 주왕이 그의 충간에 분노하여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는데 확인해보자’며 죽인 그 사람이다.

아무튼 기원전 651년경 후손 풍(馮)이 제16대 군주로 즉위하니 양공(襄公)이다. 즉위한 양공은 이복형 목이(目夷)를 재상으로 삼았다. 그런데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도 전에 제나라 환공이 규구에서 회맹을 갖자 할 수 없이 참석했다.

양공 8년, 제 환공이 죽자 양공은 패자를 꿈꾸었다. 4년 뒤 녹상(鹿上)에서 회맹을 주재하며 초나라에 송이 맹주임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초가 받아들이자 양공은 교만해지기 시작했다. 목이는 “작은 나라가 맹주의 만용을 부리면 필시 화를 부릅니다” 간했지만 듣지 않았다.

얼마 뒤 초나라는 송을 급습해 양공을 사로잡았다. 포로가 된 양공은 그해 겨울 풀려났지만 여전히 교만을 버리지 않고 이번에는 정나라를 쳤다. 이에 초나라가 정을 구원하자 양공은 일전을 겨루고자 했다. 목이가 나서 말렸지만 양공은 듣지 않았다.

“초나라는 인의를 모르는 야만적인 군대다. 우리는 인의의 군대이니 어찌 이기지 못하겠는가” 하고 깃발에 ‘인의仁義’ 글자를 써 군기(軍旗)로 삼았다.

기원전 638년, 하남성 자성(柘城)현 북쪽의 홍수(泓水) 강가에서 두 나라 군대가 마주쳤다. 이른바 ‘홍수지전(泓水之戰)’이다. 그런데 초의 군대가 늦게 도착해 강을 건너고 있는 것을 본 목이는 즉시 공격할 것을 진언했다. 그러나 양공은 “인의의 군대는 인의로 싸워야 하오”라며 공격하지 않았다. 강을 다 건넌 초의 군사들이 진용을 정비하자 목이는 또 공격을 간했다. 양공은 이번에도 “정정당당하게 싸워야 하오”라며 “적이 진용을 정비할 때까지 기다리시오” 했다. 마침내 초의 진용이 갖춰지자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는 “부상한 적의 병사는 손대지 말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적병은 죽이지 말라” 명했다.

양공은 선두에서 독전했지만 중과부적인 데다 다리에 화살까지 맞아 대패했다. 2년 뒤, 양공은 홍수지전에서 입은 상처가 심해져 죽었다. 이후 송(宋)은 내내 강대국 틈에서 시달리다 300여 년 뒤 멸망하고 그 땅은 위(魏), 제, 초 세 나라로 삼분되고 말았다.

■낭만이 있던 전쟁의 시대

   
섬서성 보계시에 있는 양공의 동상.
일부 사가들은 송 양공을 춘추시대 패자 중 한 사람으로 꼽기도 한다. 녹상에서 회맹을 주재했다지만 패자라 하기에는 민망한데, 어찌?

당시 중원의 전쟁은 전차를 중심으로 한 기동전이 주였다. 말이 끄는 수레 위에 올라탄 궁수와 전사가 앞서 적진을 휘젓고 보병이 그 뒤를 따르며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당시 군사력은 승(乘)으로 표시했는데 이는 네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세는 단위였다. 종법제는 제후의 군사는 아무리 많아도 3사(師) 9000명을 넘지 않도록 했으나 춘추 초기의 전쟁에서 이미 전차 500∼800승에 군사는 2만여 명까지 동원되었다. 그만큼 주 왕실은 유명무실했다.

그런데 당시 전쟁에는 제후―경―대부―사―민 중에서 사(士) 이상의 신분만이 참전할 수 있었다. 또 군사를 지휘하는 장군은 전문적인 무관직이 아니라 제후, 경, 대부 중에서 임명되었다. 그들은 일찍부터 교육과정에서 마술, 궁술 등의 다양한 무예를 연마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이처럼 자부심 강한 신분의 전사들이 치르는 전쟁이었으니 아직 엄격한 군율은 없었고 귀족의 윤리나 예법에 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테면 한쪽이 먼저 전쟁을 선포하고 일전을 청하면 상대도 군사를 정비해 전장으로 나와 전열을 갖춘다. 그러면 비로소 공격을 개시하는 것이었다.

전투가 개시된 뒤에는 군진의 대열이 무너져 사분오열되거나 적에게 등을 보여 도망치면 승패가 결정된 것으로 간주했다. 이때 승자는 추격해 도망치는 군사를 도륙하는 따위의 거친 행위를 하지 않았고 늙은 포로는 석방하기도 했다. 또한 장수가 포로가 되거나 본진의 깃발이 손상되는 경우에도 패한 것으로 간주했으니 때로는 장수나 특별한 용사를 선발해 두 사람의 결투로 승패를 가르기도 했다. 제후는 모두 주 왕실과 친연관계에 있거나 상당한 공로를 세운 이들이었고, 군사 역시 귀족이나 일정한 신분을 가진 자들이었으니 서로를 존중하는 예(禮)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홍수지전에서의 송 양공의 태도는 참으로 윤리와 예법을 따른 것이었다. 그로 인해 비록 패했지만 세상에서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말로 그의 어짊을 칭송했다. 양공을 패자의 한 사람으로 꼽는 것은 아마도 그런 연유였을 테니 꽤나 낭만적인 시대였나 보다.

■만이 오나라, 왕을 참칭하며 전쟁의 양상을 바꾸다

송은 상나라의 후예이고, 상나라는 동쪽 지역에서 흥기한 유목민적 성향이 강한 족으로 동이(東夷)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동이’의 ‘이’는 큰(大) 활(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형상화한 글자이다. 그러니 문명이 뒤처진 미개한 종족이 아니라 중원 농경민의 입장에서는 말을 타고 큰활을 잘 쏘는 데다 쇠(鐵)까지 잘 다루는 두려운 존재였을 것이다.

‘삼략(三略)’, ‘후한서(後漢書)-동이전’ 등 중국 사서에는 ‘구이九夷’라는 명칭이 나온다. 견이(畎夷), 우이(于夷), 방이(方夷), 황이(黃夷), 백이(白夷), 적이(赤夷), 원이(元夷 또는 玄夷), 풍이(風夷), 양이(陽夷) 등 동이의 대표적인 아홉 부족을 말하는 것으로 산동성, 요령성 등 고대 중국 북동 지역에서 용맹을 떨치던 종족이었다. 우리 민족도 이들 구이 중의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무튼 일반적인 생각과는 다른 춘추 초기의 전쟁 양상이 바뀐 것은 남동쪽 장강 하류 유역을 터전으로 하던 오(吳)나라에 의해서였다. 오는 주나라 고공단보 시절, 막냇동생 계력과 그 아들 창으로 위(位)를 잇게 하려는 아버지의 뜻을 알아 스스로 남쪽 형만(荊蠻) 땅으로 도망쳐 몸에 문신을 새기고 오랑캐를 자청했던 태백과 우중 형제 중 우중이 다스린 땅이다. ‘만족 오랑캐’라는 뜻의 ‘만이(蠻夷)’로도 불렸는데 기원전 586년 그 후손 오수몽(吳壽夢)이 오(吳)는 오랑캐의 땅으로 주의 제후국이 아니라며 왕을 참칭했다.

오는 초나라와 자주 다투었는데 발전이 늦어 도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데다 수택(水澤)이 많은 지형적 특성으로 전차의 운용은 효율적이지 않았다. 자연히 보병전이 발달하게 되었고, 신분제가 확립되지 않아 백성 모두가 군사의 대상이니 병력 확보와 충원이 용이했다. 또한 경이니, 대부니 하는 신분적 계급도 없었으니 군주가 직접 전쟁을 진두지휘하다가 점차 무용이 뛰어난 전사를 발탁하고, 군사전문가를 영입하여 직을 맡겼다. 군사적 면에서는 오랑캐가 아니라 선도적인 셈이었는데 그로써 다소 낭만적으로 보이던 전장의 예는 사라지고 살육전의 시대가 전개되었다.


◆근대 서구 세력에 침탈당했던 중국… 성탄절 행사도 홀대

- 크리스마스 이브 요란한 축제, 상술이 부추긴 과시형 향락

   
베이징 왕푸징 성당 제야의 모습. 쌀쌀한 날씨에 한적하다.
모레면 다시 한해가 시작된다. 내일 밤, 세상 사람 대부분은 자정을 기다리며 희망을 품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들뜬 마음으로 건배를 할 것이다.

중국도 다르지 않다. 국영방송 CCTV는 신년특집방송을 하고 가정에서는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조촐한 축하연을 즐길 것이다. 그 자리에 빠지지 않는 먹거리가 있다. 북방지역에서 시작된 풍습이기는 하지만 우리 물만두와 비슷한 자오즈(餃子:교자)다. 연유는 ‘餃’가 ‘바뀌다’는 뜻의 ‘交’와 발음이 같아 ‘해(年)’가 바뀌는 상징이라는 등 여러 설이 있다.

자오즈는 삶거나 찌거나 튀기는 방법으로 조리하지만 모양은 청나라 시대 재부(財富)의 상징이던 은괴(銀塊)와 비슷하다. 재미있는 것은 자오즈를 빚으며 그중 한두 개에 동전을 넣고, 먹는 도중에 씹어 발견하면 큰돈을 벌거나 행운이 들 것으로 기대하고 축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집안에서의 그뿐이다. 곧 다가올 진짜 명절 춘지에(春節:설날)가 있으니 그때 또 자오즈를 빚고 제대로 제야의 잔치를 떠들썩하게 즐길 것이다.

중국 제야의 거리는 추운 날씨로 쌀쌀하고 한적하다.

그런데 초저녁부터 엄청난 차량 정체가 빚어지고 특정 지역에서는 밤늦도록 요란한 축제가 펼쳐진 날이 지난주에 있었다. 공식적 명칭이 ‘평안야(平安夜)’인 12월 24일의 크리스마스이브.

지난 2018년에는 중국 정부가 크리스마스 행사 금지령을 내렸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올해는 관련된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중국인에게 성탄절은 종교적 의미가 거의 없고 휴일도 아니다. 젊은 세대와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즐기는 요란한 파티나 선물주고받기도 상술이 부추긴 과시형 향락일 뿐이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일부 지방에서는 관권이 작용하기도 한다.

   
근대 서구 세력의 중국 침탈에는 선교사로 대표되는 기독교의 그림자가 짙었으니 트라우마가 있을 법하다.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하는 서기(西紀)도 세계적 기준이니 사용하기는 하지만 4천 년 하력(夏曆)의 후손으로 그 전통의 자부심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장구한 역사의 전통은 민중의 혼에 면면(綿綿)한데 굳이 관여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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