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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44> 떠오르는 서북방 유목족 秦

목공의 말 잡아먹고 용서받은 건달들, 이오 군대에 포위된 목공 구해줘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2-22 19:16:5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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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秦 군주, 현인 ‘백리해’ 중용

- 목공 ‘우’ 정벌… 은신한 백리해
- 현상금 양가죽 걸어 포섭 성공
- 그의 친구 건숙도 상대부 임명

# 이오, 목공과의 약속 저버리다

- 晋 세력 싸움에 왕자 이오 망명
- 목공 도움에 무사 귀국해 즉위
- 사례 할양 약속했지만 안 지켜

# 이오, 은혜를 원수로 갚다

- 식량지원한 秦에 되레 군사 공격
- 위기때 건달들 나타나 전세 역전
- 주나라 양왕 부탁에 이오 살려줘
- 동쪽까지 영토 넓히며 위세 떨쳐

진(秦)은 뒷날 천하를 피로 적시던 살육의 혼란을 끝내고 처음으로 통일제국을 세운 나라이다. 당연히 중국의 사서는 진의 정통성을 각색한다. 이를테면 진의 조상은 신화시대 5제(五帝) 중 한 명인 전욱(顓頊)의 먼 후손이라는 따위의 이야기다. 하지만 진은 본디 서북방 지역에 살던 유목 성향 강한, 최근에는 권위 있는 중국계 학자에 의해 ‘몽골어를 하는 여진족’이었다는 설이 제기될 정도로 중원 세력과는 이질적인 족(族)이었다.
   
목공의 말을 잡아 먹은 건달이 나중에 전장에서 위기에 처한 목공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를 담은 300용사도.
아무튼 사서는 그런 진을 기원전 820년대, 장공(庄公)에게 봉읍을 하사하고 서북 국경 지방의 대부(大夫)로 삼아 제후국이 된 것으로 기록한다. 그러나 장공의 뒤를 이은 양공(襄公)이 포사에 빠져 나라를 망친 주(周) 유왕이 쫓겨나고 평왕이 들어설 때 세운 공으로 기산(岐山:섬서성 보계시 인근) 땅을 하사받은 그때부터 제후국으로서의 진(秦)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진(晉) 헌공이 버린 현신 백리해를 진(秦) 목공이 얻다

   
진(秦)의 재상 백리해.
양공의 뒤를 여러 군주가 이은 뒤, 기원전 660년 9대 군주로 목공(穆公)이 즉위했다.

기원전 654년, 오늘날 산서성 일대를 터전으로 하던 진(晉)의 헌공(獻公)은 우(虞)나라에 백옥과 좋은 말을 바치며 괵(虢)나라를 정벌하려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청했다. 우 군주가 요청을 받아들이자 진(晋)은 우와 괵 두 나라를 모두 멸망시켰다. 이때 우의 대부 백리해(百里奚)를 사로잡았는데 헌공은 공주를 진(秦) 목공에게 시집보내며 그를 노비로 딸려 보냈다. 백리해는 도중에 도망쳐 초(楚)나라 땅 완(宛)에 은신했다.

진(秦) 목공은 이전부터 백리해가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큰돈을 써서라도 그를 데려오려 했다. 그렇지만 큰돈을 제안하면 오히려 내놓지 않을까 걱정하여 “내 하인 백리해가 지금 완 땅에 있는데 검은 양 다섯 마리의 가죽과 바꾸면 어떻겠소?” 했다. 과연 초나라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 승낙하고 백리해를 보내줬다. 이에 사람들은 검은 양 다섯 마리와 교환했다 하여 백리해를 ‘오고대부(五羖大夫)라 불렀다.

목공은 백리해를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게 하고 함께 국사를 논의하고자 했다.

백리해는 “저는 망국의 신하일 뿐입니다. 그리할 수 없습니다”며 사양했다. 목공은 다시 “우나라가 망한 것은 군주가 그대의 의견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오. 그대의 책임이 아니오”라며 사흘 동안 이야기를 나눠보니 과연 현명한 자였다. 그러나 백리해는 끝내 사양하며 대신 다른 사람을 천거했다.

“저의 친구 중에 건숙(蹇叔)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현능하지만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자이옵니다. 옛날에 제(齊)나라에 갔을 때 저는 매우 궁핍하여 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건숙이 저를 먹여주었고, 제나라 무지를 위해 일하려 할 때 저를 제지했습니다. 그 덕분에 제나라 내란에 휘말리지 않고 도망할 수 있었습니다. 우나라 관리로 일하려 할 때도 그는 말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의견을 따르지 않아 노예가 되는 수모를 겪은 것입니다. 그러니 건숙은 저보다 현능한 사람입니다.” 목공은 당장 사자를 보내 건숙을 불러들여 상대부로 임명했다.

■혼란한 진(晉), 관망하는 진(秦)

   
목공의 말을 잡아먹은 건달들을 묘사한 그림.
그즈음 진(晋)에서는 헌공의 애첩 여희의 음모로 태자 신생이 자살하고, 공자 중이(重耳)와 이오(夷吾)가 망명하는 일이 발생했다. 오래지 않아 진(晋) 헌공이 죽고 여희의 아들 혜제가 즉위했지만 이극이라는 장수가 살해하는 등 혼란이 일었다. 이에 망명해 있던 이오가 진(秦) 목공에게 사람을 보내 귀국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청했다. 목공은 백리해에게 군사를 주어 이오를 돕도록 했다. 이오는 감사하며 “제가 군주의 자리에 오르면 하서(河西:황하 서쪽)의 여덟 성을 바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이오는 무사히 귀국하여 혼란을 수습하고 헌공의 뒤를 이었으니 혜공(惠公)이다. 그런데 혜공은 비정(丕鄭)을 진(秦)에 사자로 보내 감사를 표했으나 약속한 여덟 땅의 할양은 지키지 않았다. 게다가 여희 일파를 제거한 이극마저 죽였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비정은 자신의 처지를 불안하게 여겨 목공에게 건의했다.

“이오는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사람들의 신망은 중이 공자에게 있습니다. 군주께 한 약속을 어긴 것도, 이극을 죽인 것도 모두 이오의 심복인 여생과 극예가 획책한 것입니다. 그들 두 사람을 감언으로 불러들여 붙잡아두고 중이 공자를 군주로 세운다면 앞날이 수월할 것입니다.”

목공은 옳은 계책이라 여겨 귀국하는 비정에게 사람을 딸려 보내 여생과 극예를 초청했다. 그러나 여생과 극예는 낌새가 이상하다고 여겨 이오로 하여금 비정을 죽이게 했다. 이에 비정의 아들 비표는 秦으로 피신하여 목공에게 “이오는 무법자로 백성의 신망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격파할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목공은 “백성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군주라면 어떻게 대신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은 아직 인망이 있다는 것이다” 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앞날을 대비해 비표를 신하로 등용했다.

■진(秦) 목공, 진(晉) 혜공을 생포하다

목공 12년, 진(晋)에 큰 가뭄이 들어 양식을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비표는 이 틈에 공격하기를 청하고 다른 신하는 도와줘야 한다며 의견이 갈렸다. 목공은 백리해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오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고약한 자입니다. 그러나 백성에게는 죄가 없습니다.” 이에 목공은 식량을 지원했다.

목공 14년, 이번에는 진(秦)에 기근이 들어 진(晋)에 식량을 요청하게 되었다.

이오는 “진(秦)이 기근에 시달리는 이때 공격하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라는 의견을 좇아 목공 15년에 군사를 일으켰다. 이에 목공도 비표를 장군으로 삼아 출정했다.

9월 임술일, 한원(韓原:섬서성 한성韓城현) 땅에서 목공과 이오의 일전이 펼쳐졌다. 이오는 교전을 펼치다가 본대와 떨어졌음을 알고 회군하던 중 말의 발이 진흙 수렁에 깊이 빠져 허둥거리게 되었다. 목공은 군사를 이끌고 그를 추격하였는데 도리어 이오의 군대에 포위되는 상황이 되어 팔에 상처까지 입었다. 아슬아슬한 위기에 한 떼의 용사들이 들이닥쳐 목공을 구하고 이오를 생포했다.

몇 년 전, 목공의 명마(名馬)가 도망친 일이 있었는데 기산 기슭의 건달 300명이 말을 잡아먹고 있었다. 수색에 나섰던 관리가 그들을 처벌하려 하자 목공은 “군자가 짐승을 죽였다고 하여 벌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말고기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으면 몸에 해롭다고 들었다” 하며 오히려 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바로 그 300명의 건달이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포위망을 뚫고 목공을 구해 은혜를 갚은 것이었다.

목공은 개선하여 “온 백성은 몸을 깨끗이 하라. 과인은 이오를 제물로 바쳐 상제(上帝)에게 제사를 올릴 것이다”라고 선포했다.

주나라 양왕(襄王)이 소식을 듣고 급히 사자를 보내 “진(晋)의 근본을 따지면 주나라와 한 핏줄이다. 죽이지 말라” 청했다. 또 목공의 부인도 이오의 누나였기에 검은 수건을 머리에 두르고 마의(麻衣) 차림에 맨발을 드러낸 채 구명을 호소했다. 목공은 진(晋)과 맹약을 맺고 가장 좋은 숙소를 제공하여 제후의 예로 대한 뒤 귀국시켰다. 이오는 하서 땅을 목공에게 바치고 태자 어(圉)를 인질로 보냈다. 이에 목공은 집안의 공주를 태자에게 시집보냈다. 이로써 진(秦)은 동쪽으로 황하까지 영토를 확장하여 크게 강성해졌다.


# 중국 문화적 유산 풍부하지만 스토리텔링 부족…무궁무진한 시장

- 한국, 문화 창조 능력 뛰어나
- 의료·패션 분야 등 영역 확대
   
전통 공예기술로 빚은 현대의 중국 자기. 완숙미는 떨어져 보인다.
중국 문화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남북조(南北朝)시대 인물 ‘화목란(花木蘭)’과 전통무술 ‘쿵푸’, 희귀 곰 ‘판다’를 디즈니랜드에 ‘뮬란’과 ‘쿵푸판다’로 빼앗긴 것을 못내 분해한다, 더구나 미국이니. ‘대장금’을 비롯한 우리 드라마 열풍이 휘몰아친 뒤에는, 언젠가는 중국이 ‘대장금’을 각색한 영상물로 세계시장에서 성공할 수도 있으니 한국도 중국의 다양한 소재를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보라는 이야기도 한다. 오래된 소재는 저작권 문제가 없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덧붙여서. 아직은 스토리텔링 역량이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역사가 오래될수록 문화적 유산은 풍성하고 소재는 다양하기 마련이다. 문학, 미술, 공예를 비롯한 다양한 중국의 문화유산을 보면 재능과 역량의 탁월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 그 재능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화려한 포장에 제법 그럴듯한 외피를 갖춰도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무언가 빠진 것 같고 금방 허술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기술의 경우는 어떨까? 기술은 모방에서 발전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도용할 수도 있으니 격차를 따라잡기 수월한 면이 있다. 실제 중국은 많은 부분에서 비약적 발전과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식재산권 침해와 산업스파이 등의 문제로 많은 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기술집약적 상품에도 스토리텔링의 배경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영상, 방송 등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일반 상품의 경우에도 문화적 배경은 중요하다. 일례로 화장품의 경우 우리 상품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우위에 의해서만이 아니다. 발군의 감각과 단절 없이 향상되어온 ‘화장술’이라는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하는 의료는 물론 패션, 산업디자인, 교육, 육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발 앞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함께하는 방법으로 규제의 벽을 넘어보고 싶지만 금방 현재의 우위가 동등하게 될 것 같은 두려움으로 아예 회피하는 경향도 보인다. 그렇지만 단절의 공백은 결코 쉽게 메워지는 것이 아니다. 막연함 두려움, 실패에 의한 기피보다는 상생의 정신으로 더 큰 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불편한 이웃을 둔 우리의 현명함이 아닐까 싶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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