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유권 넘겨지는 첫 베냉브론즈
영국군이 19세기 말 아프리카 베냉 왕국에서 약탈해온 수탉 동상이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고국으로 완전히 돌아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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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지리아로 돌아가는 청동수탉.
지저스칼리지 홈페이지 캡처 |
영국 케임브리지대 지저스 칼리지는 1905년 한 학부모가 기증한 수탉 동상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기로 결정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 방송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수탉 동상은 1897년 영국이 지금의 나이지리아 남부에 있던 베냉 왕국을 식민지로 삼으면서 휩쓸어온 청동 유물로, 나이지리아로 소유권까지 넘겨지는 첫 번째 ‘베냉 브론즈’가 된다. 베냉 왕국이 식민 지배를 받는 동안 영국 등 제국주의 국가들이 이곳에서 약탈해간 청동 유물은 1000점에 달하며 그중 900점이 대영박물관 등 세계 곳곳에 전시돼 있다.
조지 윌리엄 네빌 대령이 기증한 이 동상은 “왕족의 가보”라는 설명과 함께 지저스 칼리지의 학생 식당에 전시돼 오다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2016년부터 학교에서 모습을 감췄다. 대학 측은 나이지리아 문화유산위원회와 베냉 왕실, 유럽 각국 박물관 대표 등으로 구성된 베냉대화그룹(Benin Dialogue Group·BDG)과 논의를 거쳐 3년 만에 동상을 나이지리아에 반환하기로 했다.
소니아 앨런 지저스 칼리지 학장은 동상 반환 결정이 역사를 지우겠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 정직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냉대화그룹에서 활동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예술가 빅터 에히카메너는 이번 결정을 두고 “아주 작은 행동으로 보일지 몰라도 영국이 빼앗아간 베냉 왕국의 유물 반환을 실현하는 데 있어서 큰 족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댄 힉스 베냉대화그룹 대표는 영국의 문화재 약탈 흔적은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뿐만 아니라 많은 미술관과 대학 소장품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국 맨체스터 대학이 소유한 맨체스터 박물관은 지난 20일 영국 기관 가운데 최초로 호주 원주민에게서 빼앗은 전통 장식품 등 문화재를 한 세기 만에 반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과거 제국주의 시절 강제로 식민지 나라 등에서 빼앗은 문화재를 돌려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아프리카 문화재 반환 검토 특별고문을 위촉하고, 프랑스 문화재 관리법의 개정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제출한 보고서에서 1885∼1960년 사이에 아프리카 대륙에서 프랑스 군대와 정부가 약탈한 문화재의 경우 해당 국가 정부의 공식 요구가 있으면 문화재를 영구반환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