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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38> 춘추, 그 암울한 시대의 개막

서주, 견융 침공에 동쪽 천도… 천하 제후들 패권 쟁탈시대 열리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0 19:05:3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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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허수아비 신세가 되다

- 유왕 첩인 포사 왕후로 책봉하자
- 신후, 오랑캐 끌여들여 정벌나서
- 제후들 폐위된 태자를 새 왕 추대

# 낙읍 천도 ‘동주시대’ 개막

- 서북방 유목 세력 끊임없이 침입
- 제후국은 왕실 보위에 소극적
- 새 왕, 폐허된 도읍 급하게 떠나

# 약육강식 세상, 춘추시대로

- 더이상 ‘하늘’이 아니게 된 천자
- 힘 키운 제후국 팽팽한 균형 속
- 정복만이 목표가 된 세상 펼쳐져

기원전 771년인 재위 11년, 유왕은 기어이 포사를 왕후에, 백복을 태자에 책봉한다.

분노한 신후는 견융(犬戎), 서이(西夷), 증후(繒侯) 등과 결맹하여 도읍인 호경 정벌에 나섰다. 견융은, 잦은 침입에 대응하기 위해 봉화대를 설치했을 정도로 오랫동안 주의 변방을 괴롭혀온 서융의 일파였다.
   
융족의 전투도(戰鬪圖). 기원전 771년 융족은 주력인 기병을 앞세워 주나라 도읍 호경을 정벌해 폐허로 만든다. 이로 인해 주는 약해지고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게 된다.
■허수아비가 된 천자

신후가 군사를 일으키자 유왕은 봉화를 피워 제후들을 소집했다. 하지만 아무도 군사를 이끌고 오지 않았다. 이미 봉화대의 장난으로 여러 차례 속았던 터라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병력의 열세에 처한 유왕은 포사와 백복을 데리고 동쪽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여산(驪山) 아래에서 추격군에 잡히니 유왕 궁생과 아들 백복은 죽임을 당하고 포사는 포로가 되어 견융에 넘겨졌다. 싸움에서 이긴 군사들은 주의 도읍 호경을 폐허가 되도록 마음껏 약탈하여 돌아갔다.

다른 제후들이 나서 폐위되었던 태자 의구를 옹립하니 그가 평왕(平王)이다. 한편 괵공한(虢公翰)은 또 다른 왕자 여신(余臣)을 휴(携)라는 지역에서 왕으로 옹립했다. 그러나 여신은 10여 년 뒤 진(晉) 문후(文侯)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이치로 따지자면 제후들은 천자를 시해한 신후에게 책임을 물어야 마땅했다. 또한 신후는 이제 무도한 천자를 정벌했으니 상의 성탕이나 주의 무왕처럼 새 나라를 세우거나, 애초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먼저 나서서 자신의 딸이 낳은 의구를 천자로 추대해야 옳았다. 그런데 다른 제후들이 천자를 살해한 신후를 찾아가 그의 외손자가 되는 의구를 옹립했다. 도대체 이게 ‘하늘’의 이치에 닿기나 하는 일인가? 감히 ‘천자’를 상대로 군사를 일으켰으니 모반이요, 더구나 오랑캐를 끌어들였으니 이적(利敵) 행위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 결국 거짓 봉화인 줄 알고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것도 온전한 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무도한 천자의 방벌(放伐)에 대한 묵인이 아니었을까?

한심한 것은 유왕의 곁에서 아첨을 일삼던 괵공한이 다른 왕자 여신을 천자로 옹립한 일이다. 속셈은 뻔하다. 그동안 유왕 곁에 붙어서 온갖 못된 짓을 다 했으니 의구는 물론이고 다른 제후들도 경원할 것은 불 보듯 환했다. 그러니 폐위되었던 태자보다는 다른 왕자를 추대해 그 그늘에 들어가야 살아남고 영화를 지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천자는 이제 보위해야 할 ‘하늘’이 아니었다. 다만 이전처럼 단번에 휩쓸어 천자의 위를 찬탈할 수 없는 팽팽한 균형을 이룬 판도에서 패자가 되기 위한 명분과 세력 규합에 동원할 허수아비 천자일 뿐이었다.
   
평왕 동천도(東遷圖). 주나라 평왕은 기원전 770년 융의 침탈로 폐허가 된 호경을 버리고 동쪽 낙읍으로 천도한다.
■성주 낙읍으로의 천도

기원전 770년, 평왕 의구는 동쪽 낙읍으로 천도했다. 폐허가 된 호경을 재건하기보다는 기왕에 마련해놓은 성주 낙읍으로 옮기는 것이 수월했을 것이다. 재건의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견융뿐 아니라 오랑캐라 업신여겨 부르던 서쪽과 북쪽 유목 세력의 끊임없는 침입을 더 이상 막아낼 여력이 없었다. 이미 서주 중기부터 쇠약해진 국력은 수많은 제후국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약화시켰고, 그만큼 권위도 떨어져 주 왕실 보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제후도 없었기에 더욱더 그러했다.

그런데 호경 땅이었던 위하(渭河) 분지 곳곳에서는 요즘에도 수십 점에서 수백 점에 이르는 당시의 청동기들이 무더기로 발견된다. 주검의 무덤이 아닌 일반 갱에서 그처럼 다량으로 발견되는 것은 특별한 경우이다. 그만큼 각종 예기조차 제대로 챙길 겨를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목전의 재난을 피해 일단 동천하지만, 곧 종주를 재건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그리하였을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정말 그랬다면 여전히 현실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음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역사는 이때부터를 동주(東周)라 이른다. 하지만 동주 이후는 사실상 주의 역사가 아니었다. 소위 ‘춘추시대(春秋時代)’라 불리는, 천하의 제후들이 저마다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그 역사를 어찌 주의 역사라 할 수 있겠는가.

‘춘추’는 공자가 찬술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태어난 노나라의 14대 은공(隱公) 원년(기원전 722년)부터 27대 애공(哀公) 14년(기원전 481년)까지의 연대기다. 춘추는 사계절을 뜻하는 춘하추동에서 따온 것으로 ‘세월의 흐름’을 의미하는데, ‘주춘추’ ‘연춘추’ ‘송춘추’ ‘제춘추’ 등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각 나라 역사를 기록한 사서의 일반적 호칭으로 통용되었던 듯하다. 공자의 ‘춘추’ 역시 ‘노춘추’를 바탕으로 찬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동사회, 소강사회

   
아직은 태어나지도 않았지만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오는 공자의 이야기를 앞당겨 들어보자.

“대도(大道)가 행해지던 시대에는 천하를 자기의 사유물로 생각지 않고 공공의 것으로 여겼다. 그리하여 임금 된 자는 천하를 자손에게 넘겨주지 않고 착하고 유능한 자를 찾아 전수(傳受)했다. …… 그러므로 사람마다 대문을 잠그지 않고 편안히 살 수 있었다. 이러한 세상을 공도(公道)를 천하가 함께한다 하여 ‘대동(大同)세상’이라 했다.

지금은 대도는 이미 사라지고 천하를 사유(私有)로 생각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의 어버이만을 친애하고 자기 자식만을 자애한다. 재화와 인력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쓴다. 천자와 제후는 자손에게 대대로 전하는 것을 나라의 예로 삼고, 성곽을 쌓고 해자를 파서 방비를 강화한다. 예의를 나라의 기강으로 삼아 군신 사이를 바르게 하고 부자 사이를 돈독하게 하고 형제를 화목하게 하며 부부 사이를 화합하게 한다. 제도를 만들고 마을을 세우며 용맹과 지혜를 숭상하고 공을 세우는 것은 자신만을 위해서 한다.

이런 까닭에 간사한 책략이 일어나고 전쟁도 벌어진다. 우, 탕, 문, 무, 성왕과 주공은 예의로써 잘 다스린 이들이다. 이들 여섯 군자 중 예를 따르지 않은 이가 없다. 그리하여 의를 밝히고 믿음을 이루며, 허물을 밝혀내고 인(仁)을 법칙으로 하며, 겸양의 도를 강성하여 백성들에게 상도(常道)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만일 이 법을 따르지 않는 자가 있으면 권세의 지위에 있는 자라도, 백성에게 재앙을 끼치는 임금이라 하여도 내쫓았다(廢黜:폐출). 이를 ‘소강(小康)’이라 한다.”

공자가 노나라 사제(司祭)의 빈객으로 참석해 제례를 마치고 나온 뒤 탄식 끝에 했다는 이야기다.

음미하자면 이미 공(公)을 위한 대동사회는 사라져 다시 돌아오기 어렵고, 비록 사(私)나 가(家)를 위한 세상일지언정 예를 세우고 인을 법칙으로 하여 백성에게 바른 법이 있음을 보여주면 그것을 소강사회라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거스르는 임금이라면 차라리 폐출시켜야 소강사회를 지켜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천자’ 그야말로 이름만 ‘하늘의 아들’이지 않은가!

유가(儒家)에서는 하나라를 세운 우 임금의 죽음으로 ‘대동사회’는 끝났다고 말한다. 대동사회란 ‘천하가 번영하여 화평하고 균등한 세상’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천하를 만민의 것으로 여기는 ‘천하위공(天下爲公)’의 사회를 이름이다. 반면 ‘천하위가(天下爲家)’의 사회는 한 개인과 그들 일족을 우선으로 여기니 반드시 욕심과 그로 인한 다툼이 일어나게 되는 세상이다.

공자는 여섯 군자를 들어 ‘소강사회’를 꿈꿨지만, 이제부터 펼쳐질 춘추시대는 오직 힘만이 생존을 보장하고 정복을 꿈꿀 수 있는 약육강식의 세상이었다.


◆식자재 풍부한 광동성, 고객 입맛·유행따라 요리 변화하며 명성

- 남쪽 바다 통해 일찍이 개방, 이방의 것 주저없이 받아들여
- 다양하고도 신선한 음식 특징

‘네 발 달린 것 중에 먹지 않는 것은 탁자뿐이다.’ 광동요리를 가장 잘 말해주는 우스개다.
   
광동성의 보양식 샥스핀 스프(왼쪽). 딤섬의 종류와 맛의 다양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광동성(廣東省·광둥성)은 서쪽과 북쪽은 높은 산맥을 기대고 동남쪽은 바다를 면한 데다 열대성과 아열대성이 혼재하는 기후로 다양한 식자재가 풍부하게 생산된다. 또한 남쪽 바다를 통해서는 일찍부터 외국과 문물을 교류해 이방의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하지 않는 개방적인 전통이다. 게다가 중앙에서 내려온 관리는 황실에 바치기 위한 특별한 공물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보와 양생을 위한 여러 식자재가 개발되었다. 대표적으로 바다제비집 연와(燕窩), 샥스핀으로 불리는 상어지느러미 어시(魚翅), 전복, 해삼 등을 들 수 있지만 원거리 수송으로 인한 부패를 막기 위해 건조가 불가피했고, 돌처럼 딱딱해진 그것들을 고아 요리로 만들어내는 조리법도 덩달아 발전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어떤 재료든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조리하려는 의지가 남달랐던 듯싶다.

20년 전쯤 처음 광동에 갔을 때는 팔뚝 굵기의 뱀 뼈와 자라를 고아낸 육수에 얇게 썬 뱀 살코기를 데쳐 먹는 샤부샤부 요리가 유행이었고, 2002년 발병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는 들고양이요리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몇 년 전에는 악어요리가 유행이라며 권하기에 손사래를 친 적이 있는데 요즘에는 어떤 재료가 유행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히려 대표적인 광동요리를 꼽기는 어렵고 재료의 다양함과 신선한 본래의 맛을 특징으로 봐야 할 것이다.

   
홍콩은 세계인이 가장 쉽게 광동요리를 만나는 음식천국이다. 잘 알려진 딤섬(點心) 하나만 봐도 그 종류와 맛의 다양함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가까운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 요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지만 세끼를 연이어 먹고 나면 느끼한 속 때문에 김치가 생각나기 십상이다. 논란이 있지만 홍콩의 요리사나 식객들은 MSG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다. 천연재료로 양념의 맛을 내는 식당도 있다. 이를테면 샥스핀이나 전복을 요리하며 같은 단맛이라도 호박과 옥수수에서 우려낸 단맛을 주재료에 맞게 따로 쓰는 것과 같은. 물론 지불해야 할 금액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만 말이다. 중요한 점은 고객의 입맛과 유행에 따라 다양하고, 변화하며 명성을 이어가는 적응성과 재주는 전통의 유지와 병행할 생존법이자 가치의 교훈이지 싶다는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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