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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영 교수의 베를린 리포트 <하> ‘할레대학교 부활’과 통일

동·서독 차이 배려한 교육제도 지원… 통일 꿈꾸는 한국도 대비해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11-10 20:31:41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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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통일 후 달랐던 양측 학제
- 별도 규정 둬 구동독 학생 도와
- 할레대학 첨단 강의실·도서관
- 정부·교수 함께 노력한 결과물

- 실업률·임금격차 등 문제 여전
- 심리 장벽 극복이 통일 마침표

베를린장벽 붕괴가 1945년 포츠담 선언의 허리를 부러뜨렸다면, 통일은 독일을 정상 국가로 만들었다. 그 직전까지 서독은 철저히 과거사를 반성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창조했다. 법치·인권·문화·예술·철학·환경이 이를 뒷받침했다. 1민족 2국가론(서독)-2민족 2국가론(동독) 논쟁도 끝났다. 동·서독은 1990년 10월 3일 평화롭게 민주적으로 통일했다.
   
독일 할레대학교 법과대학 도서관 전경. 독일 통일 후 세금으로 건축한 도서관이다. 작센-안한트 건축대상을 받았다. 하태영 교수 제공
1992년 10월 서독지역 뮌스터에서 법학 석사(LLM)을 마치고, 나는 고민했다. 뮌스터에 머물 것인가, 베를린으로 갈 것인가, 옛 동독지역 할레로 갈 것인가. 수많은 밤을 고민하고, 결정했다. 할레로 가자. 분단국 젊은이가 동독 현지로 가서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통일을 준비하는 자세다. 한국의 집으로 국제전화를 했다. “어머님, 저 동독지역 할레로 갑니다.” 아무 말씀도 없었다.

1992년 10월 말 할레에 도착하니 도심 전체 건물의 3분의 2가 폐허였다. 시꺼먼 건물에 사회주의 잔재가 곳곳에 있었다. 거기서 한스 릴리에 교수(Prof. Dr. Hans Lilie)를 만났다. ‘서독’ 출신인 그는 통일 직후 할레대학교 부활을 위해 여기로 왔고 인생을 걸었다. “위험하니 항상 조심하고, 24시간 내내 언제든 문제가 있으면, 우리 집으로 전화하세요.” 이 말에 나는 할레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할레대학교의 명물인 도서관도 릴리에 교수의 ‘작품’이다. 이전에 공터였는데, 릴리에 교수가 주의회를 방문해 정치인들을 설득해서 예산을 따 왔다. 자연광 건물이다. 학생도서관, 박사과정·연구교수·방문교수 도서관, 복사실·전산실 공간을 요구했고, 결국 완성시켰다. 중요 도서는 전국 각지 도서관에서 기증받았다. 이전에 할레대가 괴팅엔대 설립 때 도와주었듯이, 이번엔 괴팅엔대가 보은했다.

   
1502년 설립된 독일 할레대학교 대학본부 건물.
오전 강의, 오후 대학 복구 회의, 할레지역 법관으로서 재판 업무, 주의회·시의회 방문…. 릴리에 교수는 1991년 부임 이후 온몸이 부서지도록 일했다. 릴리에 교수 등은 최선을 다했고 할레대는 계속 좋아졌다. 서독지역 유명 교수가 퇴임하면, 명예교수로 모셔왔다. 유능한 교수를 대거 초빙했다.

국제학술행사도 자주 열었다. 할레는 헨델의 고향이라 5월 헨델음악제가 열린다. 이때 학술행사·세미나를 기획했다. 많은 학자가 가족과 함께 왔다. 이 대학의 인적 확충과 이미지 개선은 릴리에 교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독일에서 교수는 상위 1%가 하는 직업이다. 이 분은 여기에 행정력·친화력을 겸비했다.

이번 여행에서 릴리에 교수의 저녁 초대를 받았다. 메뉴는 비빔밥. 직접 나물을 자르고 볶았다. 그는 돌솥과 전기밥솥도 갖추고 있었다. 내가 선물한 고추장도 올려놓았다. 이 분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었다.

옛 동독은 학제가 달랐고, 교육내용과 학습방법도 달랐기에 통일 초기 할레대는 경과 규정을 뒀다. 통일 직후 옛 동독 다섯 개 주 학생들에게 법학사 자격을 주기 위해 1년간 서독법을 강의했다. 이후 3법(헌법·민법·형법) 시험으로 서독 국가시험 1차를 대신했다. 그래서 통일 전 입학생과 통일 후 입학생은 다른 방법으로 졸업시켰다.

이 모든 일을 체계적으로 처리했다. 초·중·고·대학 교육시스템에서 서독식 교육 편제가 이식됐다. 학력 인정과 각종 자격증 인정 여부 등 과도기 처리 문제를 우리는 배울 필요가 있다.

지금 할레대 법대 최첨단 강의실, 도서관, 강당, 세미나실로 독일 전역에서 학생이 모여든다. 법과대학 신입생만 해마다 400명이다. 독일 대학 평가에서 할레대 법과대학은 전국 랭킹 3위 안에 든다. 주정부·교수·직원이 노력한 결과다.

장벽 붕괴 30주년을 맞은 지금 상황에서, 옛 동독지역 민도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방문 기간 중이던 올해 10월 28일 일요일, 튀링엔 주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이 주는 바이에른(뮌헨)과 베를린 중간에 있는 중동부 독일이다. 선거 결과는 좌파연대(Linke, 31%)가 제1당으로 올랐고,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AfD, 23.3%, 극우 보수정당)이 제2당으로 부상했으며, 전통 서독 보수당(CDU, 21.8%)과 진보당(SPD, 8.2%)은 내려앉았다. 그 원인은 옛 동독지역 실업률 15%, 동·서독 지역 임금 격차 20%, 이등 국민 지위, 난민 정책 불만, 보수 자중지란이라고 한다. 사회통합은 이렇게 힘들다. 새로운 벽이 형성되었다. 혐오·분노·무관심이 통일 독일 안에 심리적 장벽을 만들었다.

귀국행 비행기는 프랑크푸르트에서 이륙했다. 이번 여행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긴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행기는 순풍을 타고 인천공항에 정시에 도착했다.

   
핵 문제가 정리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기 바란다.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에서 전국 시·도지사가 모여 북한지역 재건 지원을 위한 지자체 업무 분장 회의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돕는 것이 평화다. 이것이 통일 준비다. 남북공동 철도시설 실사도 통일비용을 줄였다. 그 때 가서 하면 돈과 노력이 더 든다. 통일은 먼 훗날 남북한 쌍방과 주변 환경 등 3박자가 맞아야 가능하다. 붕괴가 아니고, 평화다. 동아시아 신질서 재편과정 위에 서 있다. 그 의미를 너무도 모른다. 국론통일이 국력이다. 이것 없이 어떻게 도울 것인가. 평화의 도시 부산에서, 부산발 첫 지원 열차가 기적을 울리길 기원한다.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형사법)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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