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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29> 나라의 근본, 상비군 체제 구축

서주(西周) 막강 전차군단, 급속한 영토 확장 원동력되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9-08 19:04:5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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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성에 왕조 수호권 부여

- 제후국 군사론 왕실 보위 한계
- 주 백성들 징집, 직속 군대 편성
- 최정예 ‘호신’도 조직… 왕궁 경호

# 전쟁 대비 예제·군사 훈련

- 나라 주인 속하는 귀족 자제 대상
- 생업 지장 없는 선에서 매년 교육
- 군사전술 핵심 ‘궁술대회’ 열기도

# 전차와 무기 기술 ‘진일보’

- 승마술에 전차 제작 능력 탁월
- 수레바퀴 테두리·바퀴살도 정교
- 청동 단검·구리 화살촉은 위력적

주 무왕이 상나라 주왕 정벌에 나섰을 때 선봉에 섰던 무리가 있었다. 호북성 형산(荊山) 지역에 살던 파족(巴族)의 후예로 ‘어’라 불리는 족이었다. 이들은 매우 용맹해 전장에서 선봉을 맡아 ‘노래하며 춤추며 다가가’ 적을 겁먹게 했다.
   
제후국을 거느린 주 왕실은 중국 역사 최초로 국가에 따르는 상비군을 조직했고, 각 제후국에도 상비군 체제를 갖추도록 함으로써 무기와 전쟁 기술의 비약적 발달을 이뤘다. 특히 상비군 가운데 전차군의 전력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이었다. 사진은 고대 전차군 상상도.
공을 세운 그들은 식읍을 받아 봉국이 되고, 주 왕실의 희(姬) 씨와 혼인 관계까지 맺었다. 어가 식읍으로 받은 지역은 서주의 도읍 호경과 가까운 지금의 섬서성 보계(寶鷄)시에 해당하는데, 파촉으로 통하는 길목으로 도읍 방위의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 연재에서 보았듯 상나라 무정의 정복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쫓겨 갔던 강족 도 당연히 무왕의 정벌 전쟁에 참가했다. 이들 강족의 후예 중 일부가 보계시 북쪽의 견수 유역에 터 잡고 있었는데, 스스로 녈왕이라 칭하며 서주와 친하게 지냈다. 이들은 서북 청해성 지역의 강족과도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견융(犬戎)의 침입을 막아내는 등 서주 방위에 한 몫 했다.

그렇지만 우호적인 봉국만으로 나라를 방위하기에 사방은 아직 불안정했고 반란도 잦았다. 주 왕실로서는 상비군 체제를 구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비군 체제의 구축

천자니 왕이니 제후 왕이니, 호칭은 분분했지만 결국 상을 정벌할 때까지만 해도 무왕은 자신의 씨족을 중심으로 하는 주족 구성원과 이웃 부족의 군대를 연합하여 전쟁을 치렀던 것이니 일종의 느슨한 연맹 정도로 봐야했다. 그러나 상을 정벌한 뒤부터는 양상이 달라졌다. 이는 인구의 증가, 영토 확장 같은 기본 여건의 변화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역사 발전의 필연적 귀결이기도 했다. 즉 의식의 발전으로 통치구조가 체계화되면서 군사 부문에서도 발전적 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주의 백성은 군인으로 복무하여 나라와 왕조를 수호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국인(國人)과 군대에 갈 자격 없이 노역에 동원되는 야인(野人)으로 크게 나뉜다. 국인의 가정은 보통 한 가정에서 한 사람을 군대에 보냈는데, 열 가구를 기준으로 돌아가며 한 사람씩 군영에 복무했다. 의복과 식량은 스스로 갖춰야 했고, 전쟁에 동원될 경우에도 자신의 식량은 물론 말의 사료도 각자 준비해야 했다. 대신 국가는 전차, 말, 무기와 장비 등을 공급했다. 반면 야인은 평소에는 공전(公田)을 먼저 경작한 뒤 자신의 사전(私田)을 경작할 수 있었으며, 각종 노역에 동원되거나 전쟁이 일어나면 군대를 따라 나가 잡역에 종사했다.

주 왕실은 이들 국인을 자원으로 직속 상비군을 편성했는데, 초기에는 도읍 호경을 지키는 서육사(西六師)와 부도인 성주 낙읍을 지키는 성주팔사(成周八師)가 있었다. 부대는 씨족 단위로 편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통솔하는 장수도 그 씨족에서 선발했다. 1사(師)의 병력은 약 3000명으로 모두 14개 사, 4만2000여 명의 병력이 상비군이었던 셈이다. 전쟁이 나면 이들이 주축이 되어 전장으로 나갔다. 호신(虎臣)이라는 왕궁 경호부대도 있었는데 이들은 이민족, 노예 등으로 편성된 최정예 부대였다. 호신이라는 이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랑이 같은 용맹함을 상징했다.

제후를 비롯한 자·남 등의 작위를 받은 외복도 지역의 행정 사무와 더불어 군사 임무를 수행했다. 제후 중에는 상비군 체제를 갖춘 나라도 있었지만 병력의 규모는 제한을 받았다. 작게는 1사를 조직했으며, 가장 큰 나라의 제후도 3사를 초과할 수 없었다. 제후의 세력을 통제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병력으로 자신의 식읍을 보위하고 외곽에서 천자를 호위할 뿐, 허가 없이 정벌에 나설 수는 없었다. 물론 천자의 명이 있으면 즉시 군사를 동원해야 했다. 이처럼 상비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제후나 자·남작의 외복들도 천자의 명이 있으면 식읍의 주민으로 군대를 편성하여 동원했다.
   
차를 탄 무사가 창의 일종인 ‘극’을 들고 전투를 하는 그림. 오른쪽은 낙양고분에 매장된 네 마리 말과 전차들.
■상비군의 군사교육

상비군이란 전쟁에 대비한 일상적 체제로 교육과 훈련이 필수임은 불문가지이다. 서주의 학교에서는 예제 교육과 더불어 군사 교육도 병행했다. 주요 대상은 귀족의 자제였다. 그들은 명실상부 나라의 주인에 속하는 부류였으며 병역은 수혜자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권리였다. 국인이라 불리는 귀족의 혈족들도 일상적인 생산 활동에 장애를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매년 일정 기간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야인이라 불리는, 나라의 주인 자격과는 거리가 먼 자들은 교육조차 받을 수 없었다. 군사 교육을 받지 않는 것으로 그나마 공평하다 여길 수 있지만 그들도 전쟁이 일어나면 죽음에 내몰렸다, 오직 잡역부로서.

귀족의 군사 교육에는 군사 훈련과 더불어 지휘법이 포함되었지만 국인의 경우는 오직 군사 훈련을 받을 뿐이었다. 지휘자가 될 수 있는 자는 이미 신분으로 한정되어 있었던 것이다. 군사 훈련에서 중시되는 것은 궁술(弓術)과 승마술이었다. 특히 나라에 중요한 제사가 거행될 때는 앞서 궁술 대회를 열어 우수한 자를 뽑아, 제사 의식에 참여하게 할 정도로 궁술을 중시했다. 고대의 사냥에서부터 가장 효과적인 무기가 활이었던 까닭도 있겠지만 당시의 군사 전술과도 무관하지 않았다.

■전차와 무기의 발달

당시 전쟁의 핵심은 전차였다. 전투가 벌어지면 전면에 열 지어 늘어선 전차부대가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적진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전차 좌우측의 군사들은 소지한 창, 활과 같은 무기로 적병을 공격했다. 그래서 승마술이 중요했다. 적의 군사 역시 다르지 않은 전술로 맞섰다. 활은 적의 전차와 지휘관, 적병에게 아주 위협적인 무기가 되었다. 보병은 전차 부대를 뒤따르며 적 전차에서 떨어진 적군이나 보병을 참살하거나 포로로 잡았다.

서주의 군대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 데는 무엇보다 전차의 공이 컸다. 유물로 발굴된 주대의 전차를 보면 많게는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도 있었다. 군사들의 승마술은 물론이거니와 전차의 제작술이 매우 뛰어났다. 특히 전차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수레바퀴는 아주 정교했다. 둥근 테두리의 일정함이나 바퀴살의 곧음을 시험했고, 물에 담가 부침(浮沈)의 균등을 확인했으며, 양쪽 바퀴의 무게가 동일한지 확인한 연후에야 사용할 수 있었다. 청동의 여러 부품이 요긴하게 사용되었음은 물론이다.

상과 서주의 병기를 보면 극(戟)이라는 창이 주종을 이룬다. 극은 한쪽 면은 과(戈)라 불리는 창을, 반대 면은 모(矛)라 불리는 창을 합친 모양으로 찍고, 찌르고, 후려치는 등의 다양한 공격을 구사할 수 있는 병기였다. 그러나 검은 대부분 근접 육박전에 용이한 짧은 단검이 쓰였다. 일부 발견되는 장검은 초기에는 위엄을 상징하는 의전용이었다가 후대로 나아가면서 점차 실전용으로 보급이 확대되었다. 이는 초원 기마민족과의 교류 또는 마찰을 통해 마상(馬上)에서 적을 공격하는 데 용이했기 때문이다. 또한 청동 제조기술의 발달로 투구 갑옷 등의 다양한 병기가 개발되었으며, 특히 청동이나 구리 화살촉은 이전의 장비들에 비해 탁월한 살상력을 발휘했다.


◆통큰 인심과 성찬, 화려한 포장 … 그 이면에 숨겨진 대륙 문화

- 식당 주문요리 개수 반드시 짝수
- 명절선물 역시 하나 아닌 세트로
- 상대 복 빌기보다 함께 하자는 뜻

중국인, 참 통 크게 보인다. 식당에서 요리는 짝수로 주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람이 셋이면 두 가지는 너무 적으니 네 가지나 여섯 가지, 다섯쯤이 모이면 여섯이나, 여덟 가지. 하나하나가 요리이니 그 양이 적지 않은데다 탕(湯)과 주식이 되는 밥이나 면은 별도이니 아무래도 남기기 십상이고 그래야 대접을 잘 한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특히 여러 명목의 잔치나 행사에서의 먹거리는 넘쳐도 너무 넘친다. 그나마 요즘에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져가는 문화가 생겨 낭비를 줄이고 있지만 초대받은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스럽다. 까닭은 홀수는 짝이 맞지 않아 싫어하고 짝수를 길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화려한 포장의 선물용 월병. 오른쪽은 짝수로 구성된 선물들.
이제 곧 추석이다. 중국에서도 중추절(仲秋節)은 설날인 춘절(春節)과 함께 양대 명절이고, 우리처럼 조상님에게 차례를 드리지는 않지만 지인 간에 선물을 주고받는다. 전통적인 중추절 선물은 ‘달 모양의 떡’이라는 뜻의 ‘월병(月餠 : 위에빙)’이었다. 서양식 과자와 빵이 흔해지며 전통은 시들해졌지만 뇌물이 성한 풍조에서 월병 상자 안에 다양한 고가품들로 세트를 갖춰 우리 돈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들도 유통되어 몇 년 전까지 사회문제가 되었다. 몇 년 전부터 일반적인 추석선물로 사과를 많이 한다. 제철 과일이기도 하지만 사과를 가리키는 중국어 ‘핑궈(苹果)’의 ‘핑’ 발음이 ‘핑(平)’과 같아 ‘평안(平安)’을 바란다는 뜻에서다. 어쨌거나 이전의 위에빙도, 요즘의 핑궈도 대부분 두 상자, 짝수로 선물한다.

중국인과 교류해본 사람들은 짝수 선물에 익숙하다. 가장 흔한 선물인 차도 두 통, 술도 두 병…. 식탁에 빈 공간이 없을 만큼 풍성하게 차린 음식 뒤에 또 세트로 안겨주는 선물. 게다가 뜻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외롭지 않게 짝을 이룬 ‘길(吉)’함과 ‘평안’ ‘화평’의 뜻을 담았으니. 그런데 그 모든 것은 ‘더불어’이다. 오롯이 상대만의 길함과 평안이 아니라 함께하자는 것이니 ‘내 편’이 전제조건인 것이다.

   
역사가 오랜 ‘중화(中華)’나 근대 이후에 사용된 ‘중국(中國)’이라는 단어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편이 되겠다며 머리를 숙이면 푸짐하게 상을 차려주고 양손에 선물을 들려주지만 아니면 오랑캐이고 정벌의 대상이다. 중국인 개개인이야 이익의 나눔 정도이니 이해할 수 있지만 국가라면 차원이 다르다. 환영 만찬은 요리의 왕국답게 온갖 진귀한 재료로 혀는 황홀경에 빠지고 눈은 아름다움에 취하게 한다. 선물도 따라온다. 하지만 잔치는 한두 끼고 선물은 포장을 벗겨봐야 안다. 통 큰 말과 성찬, 화려한 포장은 중국인 전통의 전략이기도 하니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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