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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23> 목야의 태풍, 주인을 바꾸다

폭군(상나라 주왕) 아들과 선조들 인재 품어 … 周 무왕, 정국안정 서두르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8 18:49:0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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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 주왕 ‘녹대’서 분신자살

- 노예·포로로 구성된 상나라 군사
- 목야서 싸우다 말고 창 돌려 배반
- 무왕, 죽은 주왕 찾아 ‘확인사살’

# 낙양에 ‘부도’… 체제 정비 박차

- 상 유민과 주변 이민족 반란 대비
- 주왕 아들 녹보를 제후로 봉하고
- 동생 관숙선·채숙탁에 보좌 지시

# 주 왕조 건설 후 분봉 실행

- 신농씨·황제·요·순·우 후손 찾아
- 초·축·진 등 71개 땅 왕으로 봉해
- 공신 강태공은 제나라 제후 임명

주왕 발(무왕)이 목야에 진을 펼친 것은 맹진의 회맹이 있고서 2년 뒤인 기원전 1064년의 일이었다. 발은 먼저 상 제신(주왕)의 여인 달기를 들어 말했다.
   
주나라의 2대 왕 발(무왕)은 기원전 1064년 상나라의 마지막 왕 제신(주왕)을 멸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켜 황하 변 목야에 진을 쳤다. 그림은 당시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목야군진도.
“옛 말에 암탉은 새벽에 울지 않으니, 새벽에 울면 나라가 망한다 했소. 그러나 지금 상왕 제신은 오직 부인의 말만 듣고 조상에 지내는 제사를 게을리 하고 나라를 어지럽혔소.” 정벌의 명분인 셈인데 어찌 좀 초라하다. 이어 싸움의 전법도 지시한다.

“오늘 싸움에서는 여섯 걸음(六步), 일곱 걸음(七步)을 나가면 멈추어 대열을 맞추시오! 이 군령을 반드시 지키시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일곱 번 공격하고 멈추어 대열을 맞추시오! 반드시 군령을 지키시오! 용맹하기가 호랑이, 곰, 승냥이, 이무기 같아야 하오! 투항하는 적은 거절하거나 죽이지 말고, 그들로 하여금 우리를 돕게 하시오! 힘써주시오! 힘쓰지 않으면 그대들이 살육당할 것이오!”

불과 2년 만에 군세가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섯 걸음, 일곱 걸음 나가면 멈추어 대열을 맞추라는 것은 작은 병력으로 대군을 상대하기 위해 특별히 훈련한 진법일 것이다. 몇 차례 공격하고 대열을 맞추라는 것은 전차의 전법이다. 그 2년 동안 병력의 열세를 극복할 전법을 연구하고, 전차 등의 무기를 개량하고 늘리는 데 힘을 기울였던 것이다.

‘사기’의 ‘주본기’는 이때 참여한 군사 중에 강·촉과 더불어 용(庸 : 호북성 동남), 모(髦 : 산서성 남부), 미(微 : 섬서성), 노(爐 : 호북성), 팽(彭 : 사천성), 복(濮 : 호북성) 등을 특별히 기록한다. 멀리서 동참한 군사에 대한 발의 특별한 치사로 보인다.

■사마천, 장중한 의식 묘사하다

제신 역시 군사를 일으켜 목야(牧野)에서 대치했다, 이른바 목야지전(牧野之戰)이다. 그런데 싸움이 시작되자, 어라! 노예와 포로로 편성된 군사들은 애초부터 싸울 마음이 없었던지 창을 돌려 배반했다. 제신은 성으로 들어가 녹대에 올라 보옥으로 장식한 갑옷을 뒤집어쓰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자살했다. 서글프기 그지없는, 한 점 장려한 낙일조차 없는 허망한 종곡이었다.

발은 상의 도성으로 향했다. 백성들이 모두 교외까지 나와 기다리고 있다가 머리를 조아려 재배했다. 성 안으로 들어간 발은 제신이 죽은 장소를 찾아 먼저 시신을 향해 화살 세 발을 쏘았다. 마차에서 내린 발은 보검인 경검(輕劍)으로 시신을 치고, 황색 도끼로 머리를 베어 커다란 백기에 매달았다. 다시 제신의 두 애첩을 찾으니 그들도 이미 목을 매어 자살한 뒤였다. 발은 역시 화살 세 발을 각각 쏘고 검으로 친 뒤, 흑색 도끼로 목을 베어 작은 백기에 매달았다. 발은 성을 나가 자신의 군진으로 돌아갔다. 승과 패를 선언하는 엄중한 의식이었다.

다음 날, 발은 먼저 도로를 정비하고 사당과 궁을 수리하게 했다. 모든 것이 준비되자 100명의 의장병이 아홉 가지 장식 띠를 단 한기(罕旗)를 들어 앞장서고, 발의 동생 숙진탁(叔桭鐸)이 해와 달을 그린 태상기(太常旗)가 드높이 꽂힌 수레를 받들어 뒤에 섰다. 정무를 책임진 주공 단은 큰 도끼를, 필공은 작은 도끼를 쥐고 걸의 좌우에 섰으며, 산의생(散宜生)·태전(太顚)·굉요(閎夭) 등은 검을 들고 호위했다.

성에 들어간 발은 사당의 남쪽, 대부대의 서쪽에 서니 좌우 모두가 그 뒤를 따랐다. 동생 모숙정(毛叔鄭)은 달밤에 청동거울로 얻은 이슬 명수(明水)를 받쳐 들고, 역시 동생인 위강숙봉(衛康叔封)은 공명초로 엮은 자(玆 : 자리)를 깔았다. 소공 석은 예물을 진헌하고, 태공망은 제물을 끌고 갔다.

재상 윤일(尹佚)이 먼저 “상의 마지막 자손 제신은 선왕의 밝은 덕을 없애고 신령을 모욕하여 제사 지내지 않았으며, 상의 백성을 혼미하고 난폭하게 다루었기에 그 죄상을 천지신명께 명백히 고하나이다”하고 축문을 읽었다. 이에 발은 “신은 왕조를 바꾸라는 천명을 받아 상을 멸하였으니, 하늘의 영명한 명을 받겠나이다!”하고, 재배하여 머리를 조아렸다. 마침내 상의 멸망과 주의 개국을 선포한 것이다.

참으로 장중한 의식(儀式)이다. 비슷하게 황음에 빠지고 무도했던 하의 걸을 정벌한 상나라 탕에게는 없었던, 비록 천년이 넘는 세월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차피 사마천의 창작이 아닌가. 이제 또 거론할 일은 없겠지만 이렇게까지 차이를 둔 것을 보면 다시 1000년이 더 흐른 뒤에도 동이는 마뜩치 않은 오랑캐였던 모양이다.

   
■주왕 발, 중원에 도읍·부도 세우다

발은 제신의 아들 녹보(祿父)를 상의 남은 백성들을 다스리는 지위에 봉(封)하고, 자신의 동생 관숙선과 채숙탁으로 하여금 그를 도와 상을 안정시키고 다스리도록 했다. 감옥에 갇혀 있던 기자(箕子)를 비롯한 무고한 신민은 석방토록 하고, 녹대 등의 재물과 곡식을 풀어 가난하고 무력한 백성들을 구제하게 하였으며, 구정(九鼎)과 보옥은 전시토록 하고, 비간의 묘를 분봉하도록 명했다. 또 제사를 관장하는 종축(宗祝)에게는 전사한 군사를 추모하여 제사지내도록 명한 뒤 자신의 도읍으로 돌아갔다.

발은 도읍을 호경(鎬京 : 지금의 서안 인근)으로 옮기고 아버지 창을 문왕(文王)으로 추증했다. 그런데 여러 제후국을 다스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그들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때의 심경을 ‘주본기’는 전한다.

밤늦도록 잠들지 못하는 발을 단이 찾아갔다.

“어찌하여 잠들지 못하십니까?”

“하늘이 상의 제사를 받지 않으시고 나라를 버리셨기에 오늘의 성공이 있었소. 상이 하늘의 명을 받아 막 건립되었을 때 임용된 현인이 360명이었소. 그러나 그 업적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고 또한 없어지지도 않은 채 오늘에 이르렀소. 하늘이 우리 주나라를 보우하시는지 아닌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데 어찌 잠 잘 겨를이 있겠소.”

‘하늘의 명’ 운운했지만 정벌의 명분과 승자의 위세를 과시했을 뿐 민심을 따른 것은 아니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무릇 모든 권력의 탄생이 그러하리라.

발이 말을 이었다.
“하늘이 반드시 주나라를 보우하시어 천하의 사람들이 천실(天室 : 중앙 또는 도읍)을 따르게 할 것이오. 상 제신을 정벌했듯 모든 악인을 찾아내 정벌하리다. 밤낮으로 노력하여 나의 땅을 안정시키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여 사방에 그 덕을 비추겠소. 낙수만(洛水灣)으로부터 이수만(伊水灣)까지는 지세가 평탄하고 험하지 않아 하가 정착한 곳이오. 남으로 삼도(三塗 : 하남성 서남쪽에 있는 세 곳의 명산)를 바라보고, 북으로 악(嶽 : 태행산) 주변을 바라보고, 황하를 살펴보고, 다시 낙수와 이수 유역을 바라보니 모두 도읍을 세울 만한 곳이어서 멀리 내버려둘 수가 없소.”

그리고 낙(지금의 낙양)을 부도(部都)로 세워 정비하게 했다.

■북방 방어 거점 연(燕), 분봉에 등장

발은 통치 집단의 내부 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분봉을 실행했다. 선조들의 덕정을 거울삼아 신농씨, 황제, 요, 순, 우의 후손들을 찾아내 초(焦 : 하남성 협현), 축(祝 : 산동성 내무현), 계(薊 : 북경 대흥(大興)현), 진(陳 : 하남성 회양(淮陽)현), 기(杞 : 하남성 기현)에 각각 봉했다. 또 공신 태공망은 영구(營丘 : 산동성 임치(臨淄))에 봉하고 제(齊)라 했으며, 동생 단을 곡부(曲阜 : 산동성 곡부)에 봉하고 노(魯)라 했으며, 소공 석을 연(燕)에, 숙선을 관(管)에, 숙탁을 채(蔡)에 각각 봉했다. 이와 같이 분봉된 제후국은 대략 71개로, 그들 대부분은 춘추시대에 들어 역사의 주인이 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충절의 인물’ 백이·숙제… 맹목의 명분으로 왜곡 되어서야

- 상 정벌한 무왕 ‘불인’이라 여겨…수양산서 ‘고비’ 먹고 살았지만 주나라 것임을 뒤늦게 알고 아사

서백 창이 죽을 무렵의 일이다. 고죽(孤竹)국 군주에게는 백이(伯夷), 숙제(叔齊) 등의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는 막내 숙제를 후계자로 삼을 뜻을 밝혔다. 숙제는 맏형인 백이가 군주 자리를 물려받아야 한다며 양보했다. 그러나 백이는 아버지의 뜻이니 따라야 한다며 도망쳐 숨어버렸다. 숙제도 도망가 숨어버리니 후계는 둘째에게 돌아갔다.
   
중국 하남성 기현에 있는 상왕 제신의 능과 비석.
도망쳤던 백이와 숙제는 서백 창이 노인을 공경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에게 몸을 의탁하고자 주를 찾았으나 창이 죽었다. 발은 자신은 아직 태자(太子)라 칭하며 창의 신위(神位)를 수레에 싣고, 아버지의 명을 받은 것이라며 상을 정벌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백이와 숙제는 발의 앞을 가로막고 “아버지의 상(喪)도 끝나지 않았는데 전쟁에 나서는 것은 불효이며, 주는 상의 신하인데 군주를 공격하는 것은 인(仁)이 아니다”며 반대했다. 발의 좌우에서 두 사람을 죽이려 했지만 태공망이 나서 인의를 아는 이라며 사람을 시켜 가는 길을 도와주도록 했다.

백이와 숙제는 발이 상을 정벌하자 주 왕실을 종주(宗主)로 받드는 세상의 민심과 달리 신하가 군주를 정벌한 불인(不仁)이라 여겨 주의 백성이 되는 것을 치욕으로 여겼다. 그들은 불인한 주의 양식을 먹지 않기 위해 수양산(首陽山:산서성 영제(永濟) 남쪽)으로 들어가 고비(薇:고비과의 다년생 양치식물로 고사리와는 다르다)로 배를 채우다가 굶어 죽었다. 그들은 죽기 전까지 발의 정벌은 폭력을 또 다른 폭력으로 제압한 것에 불과하다며 그 잘못을 깨닫지 못함을 탓하고, 요·순·우의 성군을 만나지 못한 자신들의 운명을 한탄했다.

   
모두가 아는 이야기고 우리 역사에도 고려 말의 ‘두문동 72현’이 있었다. 훗날의 사람들은 그들의 지조를 높이 칭송한다. 자신의 원칙과 이상을 위해 고난을 감내하고, 기꺼이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용기는 칭송받고 추앙되어야 할 고결한 가치임에 분명하다. 다만 그런 고귀한 정신이 맹목의 ‘명분’으로 변질되어, 특히 중국과 그 영향을 받은 나라들의 정치 역사에서 진보의 걸음에 발목을 잡은 허다한 사례는 안타깝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야기라도 오류를 시인하고 마땅히 수정할 용기를 가로막는 허울이 되어서는 아니 될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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