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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 가공 쉽게 만든 ‘갈판’ ‘갈돌’…식문화 획기적 변화 불러

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석판 등 껍질 벗겨내고 가루 만들기 용이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4-07 18:45:31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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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수 등 면종류 음식발달에 기여

황허 유역 서부지역은 대부분 황토의 고원이다. 물살 사나운 탁류와 메마르고 퍼석한 땅에서 중국 문명이 씨앗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는 것은 인간의 강인함을 실감하게 해준다. 그렇지만 기장 피 조 수수 등의 생명력 강한 작물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봄이 오면 어김없이 싹을 틔우는 그것들을 보며 농경의 눈을 떴기에 가능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알곡들은 먹기에 불편했다. 딱딱한 데다 특히 거친 껍질은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굵은 국수에 토마토 등 야채와 고기 소스를 얹은 반면(拌面).
현대인의 눈에 갈돌과 갈판은 그저 그런 석기 중의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고대의 인류에게는 문화, 특히 식문화 발전의 획기적 계기였다. 처음에는 돌 위에 알곡을 놓고 다른 돌로 비벼 껍질을 벗기는 정도였을 것이다. 어느 날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널찍한 석판과 작은 몽둥이 같은 석봉을 찾아내자 손쉽고, 한꺼번에 많은 알곡의 껍질을 벗겨낼 수 있었다. 그것들이 갈판과 갈돌이다. 껍질만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딱딱한 알곡이 부서져 작은 알갱이나 가루가 되기도 했다. 토기에 알갱이와 가루를 담아 물을 부으면 오래지 않아 걸쭉하게 되었고, 열을 가하면 먹기 좋은 죽이 되니 소화도 잘되었다.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간 갈판과 작은 몽둥이 석봉.
그들은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 즉 ‘매우 슬기로운 사람’들이다. 지혜가 있는 그들은 곧 물의 양과 열을 조절하여 질거나 되기가 다른 여러 먹거리를 만들었고, 흙으로 ‘시루’를 빚어 끓는 물의 증기로 찌는 조리법을 생각해 한 단계 더 진보했다. 며칠씩 보존이 가능하고 휴대에도 편리한 먹거리가 있자 경작 반경이 넓어지고 먼 곳까지 사냥에 나설 수도 있었다. 어쩌면 원정 전쟁도 그로부터 구상하고 시작되었을지 모른다.

하 나라가 건국되던 그 무렵에는 이미 서쪽으로부터 밀도 전래되었다. 밀알을 수확해 가루로 만들어 물을 붓자 높은 점성으로 쫄깃했다. 마침내 국수를 만들게 되자 여러 채소와 고기를 넣어 다양한 음식으로 발전했다. 지금도 서북지역은 국수음식이 다양하지만 2007년 칭하이(청해)성에서 4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면발이 발견되자 스파게티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쨌거나 요리에 눈을 뜬 것이고 권력에 순종하는 이들의 노력은 ‘주지육림’을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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