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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7> 개국왕조 하, ‘國’ 체제 굳히다

총명한 소강, 측근 과요 물리치고 중흥 기틀 다지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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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3-31 19:17:4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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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신 숭배 위해 만든 술잔

- 황허유역 토기로 된 ‘주기’ 눈길
- 술의 존재 짐작케 한 문양 많아
- 농경문화 발달로 곡주 빚은 듯

# 관직 어지럽힌 ‘주폭’ 처벌

- 역법 만든 제후 희·화, 술에 빠져
- 4대 군주 중강, 죄 물어 토벌
- 우 임금은 술 위험성 경고하기도

# 잘 나가던 나라 술로 망하다

- 7대 군주 ‘여’부터 13대 ‘근’까지
- 안정적인 치세 이어갔지만
- 14대 공갑 이후 귀신·음란 몰입
- 17대 걸왕 주지육림 빠져 폐위

중국의 유물은 세계 어느 문명권보다 다양하고 풍성하다. 넓은 영토 곳곳마다 인류가 터전을 일궈 살았지만 수많은 전쟁과 왕조의 교체를 겪으면서도 다른 문명권에 비해 파괴가 덜한 것은 특별하다. 권력 주체가 바뀌어도 지난 과거를 부정해 지우려하지 않고, 인정하며 지켜온 흐름이 큰 배경일 것이다. 게다가 이미 춘추시대(기원전 770~403년)부터 도굴이 성행할 정도로 유산과 유물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깊었다, 설령 그것이 물욕이었다 할지라도.

유물 중 가장 예술성이 뛰어나고 정성을 기울인 것 중 하나는 주기(酒器)이다. 초기 토기에서부터 그 원형이 보이니 세월도 오래다. 지배층의 권위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사에 정성을 다함이었다. 어쨌거나 주기가 있었으니 술도 당연히 있었다.

■술로써 죄 지은 자를 토벌하다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 처음 술을 빚은 사람은 의적이다. 허난성 바오펑현에 위치한 한 주조회사의 입구에 서 있는 주조(酒祖) 의적의 상.
‘사기’ 하본기에는 술로 문제를 일으킨 자를 정벌하기 위해 ‘윤정(胤征)’을 지었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 내용은 또 다른 역사서인 ‘상서(尙書)’에 실려 있다. 상서는 성왕(聖王)·명군(明君)·현신(賢臣)의 어록 등을 기록한 책으로 기원전 600년께 만들어져, 뒷날 오경(五經) 중 하나인 서경(書經)이라 하였다.

‘태강의 뒤를 이은 중강은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제후와 신하를 복종케 했으나 희(羲)와 화(和)가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 천문을 관장하는 희와 화는 일월성신(日月星辰)의 움직임과 사계절의 변화를 잘 관찰하여 역(歷)의 오류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오직 술에 빠져 계절이 바뀌어도 제때 알리지 않아 농사를 그르치게 하고, 일식(日蝕)도 미리 알리지 않아 세상 사람이 크게 소동하였다. 그 죄가 막중하니 육군을 관장하는 윤(胤)으로 하여금 토벌케 했다. 이에 윤은 ‘윤정’을 지었다.’

기원전 2000년경인데 벌써 술로 말썽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럼 중국 땅에서 술은 언제부터 빚기 시작한 것일까.

술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우 임금으로부터 2000년쯤 뒤인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와 인연이 깊은 여불위(呂不韋)의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처음 술을 빚은 사람은 의적이다’라는 언급이다. ‘전국책(戰國策)’에는 ‘의적이 좋은 술을 빚어 우 임금에게 바쳤으며, 우 임금이 이를 달게 마셨다. 그 장소는 여해(汝海)의 남쪽 응읍 들판’이라 적고 있다. 오늘날의 허난성 바오펑(宝豊·보풍)현 응읍이다. 의적이 바친 술을 마시고 취했다가 깬 우 임금은 ‘술이 참 좋기는 하구나. 그러나 훗날 이것 때문에 누군가 나라를 망칠 것이다. 그리고는 금주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참으로 현인이다.
   
■‘소강중흥’ 이후 지배체계 공고해져

다시 하의 역사를 이어보자.

중강은 제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실권은 자신을 옹립한 예에게 있었으니 괴뢰왕에 불과했다. 즐거울 리 없었고 명이 짧았다. 다시 중강의 아들 상(相)이 옹립됐지만 그 역시 괴뢰왕의 처지가 싫어 도망쳤다. 그 사이 활을 좋아하는 예는 사냥과 오락을 즐기느라 측근 한착(寒浞)에게 대사를 맡겼다가 죽임을 당했다. 한착은 아들 과요(過澆)에게 도망친 상을 쫓아가 죽이도록 했다. 다행히 임신 중이던 상의 아내 후민(后緡)이 몸을 피해 아이를 낳았다. 소강(小康)이다. 소강은 어려서부터 총명하더니 자라서 옛 성읍인 안읍(安邑)으로 쳐들어가 과요를 물리치고 하를 수복했다. 이를 역사는 ‘소강중흥’이라 부른다.

한착이나 과요가 권력을 장악한 뒤의 행실에 대해서 특별히 전해지는 이야기는 없다. 나라 이름을 새로이 정했다는 기록도 없다. 여전히 부족세력 간의 견제가 팽팽했고, 한착이나 과요의 힘으로는 하를 근원적으로 뒤엎을 만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모름지기 술맛의 절반은 물맛이다. 구이저우(貴州)성 마오타이진의 적수하(赤水河).
아무튼 소강이 하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는 계 임금에 의한 세습체제 확립 이후 곧바로 흔들렸던 태강, 중강, 상 3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중흥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하는 한동안 안정적인 치세를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사기’에도 소강 이후 아들 여(予)를 비롯하여 괴(槐)·망(芒)·설(泄)·불항(不降)·경(扃)·근(厪)까지 세습 8대의 즉위와 붕어만 기록하고 있다.

앞서 희와 화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천문을 관장한다지만 임금보다 위일 수는 없을 텐데도 토벌하려면 ‘윤정’처럼 그럴만한 당위를 표해야 했다. 물론 당시는 아직 글이 없었으니 말(言)이었고, 그것이 구전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또한 ‘윤’은 육군을 관장하는 자라했으니 일정한 관직체계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소강중흥’ 이후 안정적인 치세를 유지하는 동안 하는 더욱 ‘국(나라)’의 체계를 공고히 다졌을 것이니 그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 알아본다.

근이 죽자 할아버지인 불항의 아들 공갑(孔甲)이 즉위했다. 공갑은 귀신을 좋아하고 음란하여 이때부터 제후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공갑이 죽자 아들 고(皐)가, 그 뒤는 아들 발(發)이, 발의 뒤는 아들 이계(履癸)가 이었다.

귀신과 음란에는 반드시 술이 따르기 마련이고, 그 내림인지 이계는 저 유명한 ‘주지육림(酒池肉林)’으로 나라를 망친 하의 마지막 임금 걸(桀)이다. 우 임금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술이 있었으니 주기(酒器)가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중국에선 예술성이 뛰어나고 정성이 깃든 다양한 형태의 주기가 많이 발굴됐다.
■유일신은 뿌리 내릴 수 없어

동서를 막론하고 인류 삶에 술이 동반한 것은 아주 오래다. 서양은 포도를 주종으로 하는 과실주인데 비해 중국은 곡식을 발효한 곡주라는 점은 다르다. 황허유역에서는 포도가 자라지 않았던 영향도 있지만 다른 과실열매가 풍성했을 텐데도 곡주를 주로 빚은 것은 아무래도 농경문화와 그 발전의 결과일 터이다. 또한 당시의 술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오늘날의 바이주(白酒, 백주)가 아니라 우리의 막걸리에 비견할 저도주의 술로 단맛이 나는 감주(甘酒)였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서나 시가에 나오는 ‘말술’을 마셨다는 이야기도 그런 저도주 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도주의 백주는 후대에 날씨 추운 북방민족에 의해 전래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유의할 점은 술의 시조에 관한 기록이다. 우 임금 이전 시대의 유물에도 토기로 된 주기는 넘쳐난다. 또한 그들 토기에는 술이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문양도 여럿이다. 그럼에도 중국의 사가(史家)는 처음 술을 빚은 이로 ‘의적’을 특정해 기록한다. ‘사람’인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신화 속 디오니소스를 술의 신으로 삼는다. 그야말로 ‘신(神)’이다.

고대 중국에도 여느 곳과 다르지 않게 많은 신이 있었다. 하늘의 천신에서 비롯하여 땅의 지신, 물의 수신, 심지어는 특정한 나무나 돌에까지 신령이 깃들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황허유역을 중심으로 한 주류사회는 결국 조상신에 대한 숭배로 귀결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신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주고 눈으로 보았기에 믿을 수 있는 신, 아니 조상과 역사 영웅에 대한 신성화가 그것이다. 결코 유일신은 자리 잡을 수 없고 허상은 인정되지 않는 바탕이 되었으니 술의 시조도 인간이어야 했다면 그것은 정교한 농경문화의 산물일 것이다.


   
중국의 국주 ‘마오타이’ 80년산.
◆‘마오타이’ 80년산 우리 돈 500만 원 넘어

- 중국 국주로 행사 단골 만찬주…시진핑, 김정은에 방중 선물도

   
마오타이에 '국주' 칭호를 내린 저우언라이(주은래) 상.
시진핑 주석이 취임하며 시작된 반부패와의 전쟁에서 특별히 눈길을 끈 사건이 있었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후근부(總後勤部) 부부장 구쥔산(谷俊山)에 대한 비리 관련 압수수색에서 바이주 마오타이(茅台)가 1만 병이나 발견된 것이다. 총후근부라면 우리의 군수지원사령부 격인데 마오타이가 군수물자일 리는 없고, 사적인 공간에 쌓여 있었으니 중국 모든 인민이 혀를 찰 만했다. 도대체 그는 왜 1만 병이나 되는 마오타이를 소장했던 것일까.

일단 마오타이는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린다. 그 이름을 내린 이는 중국 인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 저우언라이(周恩來)였다. 당연히 오랜 기간 국가행사에 만찬주로 올랐고,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은 식사 때마다 반주로 한 잔씩 마셨다고 한다.
   
바이주 브랜딩 전문가. 마오타이 공장의 공장장과 동사장을 역임했다.(왼쪽 사진), 바이주 경매 광고문.
취재차 마오타이 공장을 찾았다가 동사장(董事長, 대표), 공장장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그 자리에 나온 마오타이 향이 전에 맛본 마오타이와 달라 까닭을 물었다. 돌아온 답은 시중에 판매되는 것은 5년 숙성된 원액, 접빈용은 10년 된 원액으로 빚은 것이었다. 슬며시 마오쩌둥이 마신 것도 10년산인지 물었더니 30, 50, 80년 된 원액으로 빚는 술도 있다고 했다. 10년산만 해도 웬만한 양주 30년산에 뒤지지 않을 것 같은데 80년산이면 어떨까 싶었다. 다음 날 공장 취재를 마치고 출고장에서 구경만 했다. 80년산 가격은 우리 돈 500만 원을 훨씬 넘었다. 참고로 30년산은 500㎖ 1병이 1만2000위안(元), 50년산은 1만9000위안(약 320만 원) 정도다.

   
맑은 술 바이주는 독에 담아 숙성한다.
‘술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술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한 경매회사의 광고를 보면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마오타이를 포함한 중국 8대 명주(名酒)를 대상으로 1990년대 후반에 생산된 것은 약 6만 위안, 80년대 중기의 것은 16만 위안에 사겠다는 내용이다. 통상 병당 1000 위안 내외인 소매가격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익이다. 심지어 2010년에는 1959년에 생산된 마오타이 한 병이 103만 위안(약 1억8000만 원)에 경매되기도 했으니 구쥔산이 소장했던 1만 병 마오타이의 다양한 생산 연도를 생각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가치다.

   
사정의 칼바람이 워낙 드세다 보니 요즘에는 국가주석이 주재하는 만찬장에도 ‘멍즈란(夢之藍)’ 바이주가 오른다고 한다. 그렇지만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시진핑은 마오타이를 선물했다. 사정의 칼바람이 주춤하면 금방 국주의 위상도 되살아나겠지만 바이주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과 자부심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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