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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중국인 이야기 <6> 선양에서 세습왕조 천자까지

무력시위로 권력 얻었지만 ‘천문(天文)’ 보급해 백성 순종 얻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3-24 19:21:1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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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습왕조 문 연 우왕 아들

- 제위 불복한 유호씨와 크게 다퉈
- 계, 협박성 ‘감서’로 멸망시키자
- 눈치보던 제후들 알아서 엎드려

# 권력의 시대 도래하다

- 얼리투 유지서 나온 신분별 분묘
- 생산·분배 과정 지위고하 드러나

# 완력에 명분을 더하다

- 말썽 많은 계 아들 태강 실정에
- 다섯째 중강 제위 추대됐지만
- ‘사기’엔 태강 죽은 뒤로 기록

- 하 지배층은 역법·60갑자 창조
- 농사 목매는 백성들 감읍하기도

정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요순시대로 칭송되는 위대한 요 임금은 제위에 오른 뒤 분란이 끊이지 않던 세상이 조용하자 더럭 겁이 났다. “내가 과연 잘 다스리고 있는 것인가.” 대신들은 태평성세라 칭송했지만 요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미복 차림으로 시찰에 나섰다.

한 마을 어귀에서 어떤 사람이 임금의 덕으로 세상이 태평하다 말하자 여든 살 넘은 양부라는 노인이 그에 응해 노래를 불렀다. “해 뜨면 밭에 나가 일하고, 해 지면 들어와 쉬노라. 우물 파서 물 마시고, 밭 갈아서 배부르게 먹노라. 임금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있으랴.” 음식을 입에 물고 배를 두드린다는 ‘함포고복(含哺鼓腹)’의 ‘격양가(擊壤歌)’다. 다스림이 없는 듯 다스림이 미치는 덕치. 정치는 그만큼 조심스러운 것인데 권력을 다투어서야 태평성대의 싹도 피어나기 어려운 노릇이다.
   
공권력과 멀리 떨어진 중국 구이저우(귀주)성 산골마을의 봄날이 그야말로 평온하기 그지없다.
■계, 무력으로 세습왕조 열다

우 임금은 분명 익에게 선양했다. 그러나 하 왕조 계보는 아들 계를 다음 임금으로 기록한다. 어떻게 된 일인지 ‘사기’의 기록을 보자.

“삼년상이 끝나자 익은 우의 아들 계에게 제위를 양보하고 기산 남쪽에서 살았다. 우 임금이 붕어하여 익에게 천하를 넘겨주었지만, 익은 보좌하는 기간이 짧아 천하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 계는 현명하여 천하가 모두 그에게 마음을 돌렸다. 제후들이 익을 떠나 계를 알현하고 “우리의 왕은 우 임금의 아들이십니다”라 했다. 마침내 계가 천자에 즉위하니, 하의 계 임금이다.”

계가 우 임금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익이 사실상 선양한 것으로 보면 딱히 나무랄 바는 아니다. 그런데 뒤를 잇는 기록이 수상하다. 유호(有扈)씨가 불복하자 계는 그를 토벌하려 출정하여 감(甘, 지금의 시안시 호현)에서 크게 싸우게 되었다. 전쟁에 임하여 계는 육경(六卿)을 소집하고 ‘감서(甘書)’를 지었다.

   
“오! 육군의 일을 관장하는 사람들이여, 내 그대들에게 선서하노라. 유호씨가 무력을 믿고 오행의 규율을 업신여기며, 하늘·땅·사람(三正)의 바른 도를 포기하였다. 이에 하늘이 그를 멸하라 한다. 지금 나는 공손히 하늘의 징벌을 집행할 뿐이다. 왼쪽에 있는 병사들이 왼쪽을 공격하지 않고, 오른쪽에 있는 병사들이 오른쪽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말을 부리는 병사들이 말을 잘 몰지 못하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명령에 복종한 자는 조상의 사당에서 상을 주고, 복종하지 않은 자는 지신(地神)의 사당에서 형벌을 내리며 자녀들은 노예로 삼거나 죽일 것이다.”

마침내 계가 유호씨를 멸망시키자 천하의 제후가 모두 와서 알현했다. 자신을 따르는 자들의 군사력까지 동원해 징벌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세력이 불복한 것이다. 감히 우 임금의 아들인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감서’의 내용은 명분도 무엇도 없는 협박 수준이다. 선양은커녕 세습이라 말하기도 어려운 찬탈에 다름 아니었다. 또한 눈치를 보던 세력들은 계의 강력한 무력이 확인되자 모두 찾아가 알현했다. 바야흐로 무력의 권력, 완력과 억압의 권력시대가 열렸다.

■생산의 증가, 신분의 계층화 만들다

하의 터전 얼리투 유지(遺址)의 분묘는 4개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 왕묘로 추정되는 1등급 묘는 내부에 생토로 쌓은 2층대(二層臺)에 둘러싸인 묘실이 있다. 부장품은 이미 도굴되어 붉은 칠의 토제 용두(龍頭)나 개의 뼈 등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귀족신분의 묘로 추정되는 2등급 묘에서는 청동예기 및 옥기 등이 다량으로 출토돼 1등급 묘의 부장품 규모를 짐작해볼 수 있다. 3등급 묘는 도기나 토기 몇 점이 부장된 정도인 데다 묘의 수도 제일 많아 일반 평민의 묘역임을 알 수 있다. 4등급에 해당하는 묘는 묘실은커녕 흙구덩이나 재구덩이에 시신이 바로 묻힌 상태였다. 게다가 어떤 시신은 양팔을 위로 묶어 매장한 듯 머리 위에 교차되어 있고, 허리와 다리가 굽어있는 시신도 있어 그 신분이 노예와 같은 최하층이었음을 알 수 있다. 청동기유물은 하나라 후반기 것으로 봐야겠지만 죽음에까지 고하와 귀천의 차이가 확연히 구분되는 권력의 시대였음을 증명한다.

동서를 막론하고 생산이 늘어나면 그것의 소유와 분배과정에서 권력이 탄생해 신분의 구분이 생긴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권력은 이내 생산의 지속, 나아가 확대를 위해서는 노동력의 집중이 최우선 조건임을 깨우친다. 문제는 소수의 권력자를 제외한 다른 다수를 상대로 돌릴 경우 그 양극화가 가져올 반발의 필연에 대한 우려였다. 결국 양극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필요했고, 그것은 바로 신분의 계층화였다. 권력이나 부의 편중이 부당하더라도 자신보다 하위계층이 있고 신분 상승의 기회가 있으면, 어리석지만 수긍하고 용인하니 말이다.

■완력시대의 생생한 증거, 감지전쟁

   
함포고복을 형상화한 격양가도.
‘사기’는 물론 ‘상서(尙書)’와 같은 이전 역사서에도 계를 서술한 것은 ‘감서’편뿐이다. 이어 제위를 이어받은 이는 계의 아들 태강(太康)이다. 이미 세습이 고정화된 것이다. 태강은 즉위 후 사냥과 주연을 즐겼다. 어느 날 사냥을 나갔던 태강이 100일 동안이나 환궁하지 않자 인근 유궁(有窮)부락의 수장 예(羿)가 군사를 동원해 아예 귀로를 막았다. 졸지에 떠돌이 신세가 된 것이다. 이에 태강의 다른 다섯 형제는 뤄허(洛河)가에서 태강을 기다리며 형의 실정을 한탄하는 오자지가(五子之歌)를 지어 불렀다고 했다. 번듯한 하의 임금이 인근 부락 수장의 위세에 눌려 떠돌이가 되고, 형제는 그저 눈물만 지었다니 좀 어이가 없다.

그런데 예는 다섯 형제 중 중강(仲康)을 제위에 추대하고, ‘사기’는 태강이 죽은 뒤인 것으로 기록한다. 제압할 힘이 있어도 감히 제위를 빼앗을 수 없었다는 것이니 단순히 완력만이 아니라 명분이 더해진 권력의 시대가 되었다.

■하늘을 읽어 천자가 되니 명분의 세상이 되었다

   
농경사회는 하늘을 읽어야 천자가 된다. 사진은 깐수성 텐수이(천수)시 전설 상의 복희 사당에 있는 고대 천체도.
당시는 농업이 경제의 중추였다. 사람들은 누대에 걸쳐 이어져온 농사 경험에서 천문의 변화를 미리 아는 것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그러나 반복되기는 하지만 절기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그저 경험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천문을 읽고, 절기의 변화를 파악해 날짜로 기록할 수 있어야 했다. 마침내 하의 지배층은 하루와 한 달의 개념을 정하고, 열두 달을 한 해로 삼는 역법과 함께 60갑자로 날짜를 기록하는 방법을 만들었다. 이른바 ‘하력(夏曆)’으로, 24절기 중 동지로부터 두 달 뒤의 정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았다.

하를 뒤이은 상과 주,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도 각각 ‘상력(商歷)’ ‘주력(周歷)’ ‘진력(秦歷)’을 만들어 사용했다. 그 후로도 두세 차례 위의 세 가지 력을 각각 사용한 적이 있지만, 당나라 숙종(서기 756~762년 재위)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하력이 사용되고 있다. 위의 세 가지 다른 력과 하력의 차이를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한 해의 시작을 어느 달로 할 것인지다. 왕조가 바뀌었으니 정삭(正朔, 정월 초하루)과 복색(服色)을 오행의 윤번에 따라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절기와 맞지 않는 력이 가져오는 실생활에서의 불편은-이를테면 가을에 홍수가 지는 것과 같은- 결국 하력으로 돌아가게 했으니, 그 정확성은 지금으로서도 놀랍다 아니할 수 없다.
어쨌거나 왕조는 하늘의 운행을 장악한 것이고 농사에 목숨 줄이 달린 백성으로서야 어찌 감읍하지 않겠는가. 임금이 하늘의 아들(天子)이라 해도 부정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천자의 명분이 세워졌으니 이제 그 자리는 힘으로만 탐할 자리는 아니게 된 것이다.


◆흙 주물러 햇볕에 뒀더니 단단…불에 구워 토기로 발전

- 거주지까지 강물 길어올 수단 고민, 웅덩이에 물 고인 모습 보고 도구화

   
신석기시대 대지만문화의 토기
석기가 인류 최초의 유물이기는 하지만 유물이라 하기에는 좀 변변찮은 구석이 있다. 그나마 사람의 생각과 손길이 제대로 미친 것이 토기이고 세상 어디나 인류의 흔적이 있는 곳이면 토기는 발견된다. 더군다나 흙으로 빚어 그 흙 속에 묻혀 있었던 덕분에 깨졌어도 화학적 변질 없이 그 형태를 제대로 복원할 수 있어 인류문명 원형을 볼 수 있다.

인류는 어떻게 토기를 생각하고 만들었을까.

모든 생명체는 물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인류는 유량이 풍부한 강을 중심으로 터전을 만들었지만 범람하면 터전을 송두리째 위협하기에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아직 강에서 거주지까지 물을 길어올 수단이 없을 때는 매번 오가야했다. 번거롭기도 했지만 원시의 야생에는 군데군데 위험도 도사리고 있었다.

   
마가요문화의 토기
어느 날, 움푹 파인 바위나 흙 웅덩이에 물이 고여 흐르지 않는 것을 보고 문득 물을 담아 옮길 수 있는 도구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저 흙을 주물러 모양을 만들었는데 햇볕에 마르자 단단해지는 것을 보고 불에 구울 생각을 했고, 이를 실천해보니 과연 훌륭한 토기가 되었다. 특별한 현인이 아니라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세상 곳곳 인류의 터전마다 토기유물이 있게 됐다.

토기 원형 중에는 목 부분에 고리를 넣을 수 있는 항아리가 다수 발견된다. 물을 담은 항아리 고리에 끈을 넣어 묶고, 그 끈을 신체 한 곳에 매면 운반이 수월한 까닭이었다. 이후 세울 수 있게 바닥을 편평하게 만들어 또 한 번의 발전을 이루었다. 인류는 그렇게 진보를 거듭했다.

   
이제 토기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무리 안에 전담 생산자가 정해졌고 그는 기술에 자신이 붙자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예쁘게(美), 밋밋한 면을 무언가로 장식하자는 생각. 처음에는 그저 일정한 선(線)으로 자신의 상상을 표현하다 점점 여러 문양을 넣기 시작한다. 그렇게 전해져온 문양에는 기술자의 상상과 주문자의 생각, 이를테면 희망·기원, 어쩌면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일지도 모른다. 흔하고 보잘 것 없다고 무심해서 될 일이 아닌, 문명의 원형인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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