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만 국유기업 개혁 필요성 외
- 민간 규제 틀 혁파 외쳤지만
- 시 주석 핵심 정책과 정면 배치
- 위기 타개책 실현될지 의구심
5일 개막한 중국 최대의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이 직면한 대내외 위기를 타개할 방책으로 ‘개혁 심화’와 ‘대외개방’이 제시됐다.
| |  |
|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 2차 연례회의가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가운데)과 리커창 총리 등 참석자들이 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
리커창 중국 총리는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신중국 건립 70주년을 맞아 높은 수준의 질적 성장을 추진하면서 공급 측 구조 개혁과 시장개혁을 심화하며 대외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운영되도록 하고 취업, 금융, 대외 무역 등을 안정시켜 시장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역설한 구조 개혁과 시장개혁, 대외개방의 정책 기조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적지 않다.
리 총리가 밝힌 공급 측 구조 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정부 보조금이나 은행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의 수는 중국 정부가 파악한 것만 해도 1만여 개,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은 2만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들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중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녹록지 않은 과제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적했다. 이들 국유기업 간부들은 그렇지 않아도 무역 전쟁으로 심각해진 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며 구조조정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국유기업 구조조정의 지연은 현재 중국이 직면한 성장 둔화를 타개할 최선의 방책으로 여겨지는 시장개혁 문제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민간 기업이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토록 하는 시장개혁의 진전을 위해서는 민간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의 틀을 깨뜨리고, 충분한 자금과 인프라 등을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한 후 국유기업 중시 정책을 펼치면서 상황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대부분 국가 소유인 은행들이 국영기업에 대출을 집중하고 민간 기업에는 대출 문턱을 높여 중국 기업 대출에서 민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4분의 1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낮아졌다. 민간 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60%, 전체 고용의 80%를 창출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번 전인대에서 대규모 감세 정책 등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활력을 제고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엿보이지만, 무역전쟁으로 경영난까지 겪는 민간 기업의 불안 심리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알리시아 가르시아 헤레로는 “성장의 토대를 놓을 시장개혁의 핵심은 민간 기업과 외국 기업에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국유기업과 민간, 외국 기업에 단일하게 적용되는 상법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빈과일보는 중국 지도부가 여전히 여론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집중하고 있음을 비판하면서 이번 양회(兩會·전인대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무역전쟁에 관련된 논쟁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스티브 창 런던대 중국연구소 소장은 “시 주석의 정책이 지금 중국의 어려움을 불러왔다고 인정하는 것은 그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져 절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 주석은 통제를 강화해 그의 노선을 충실히 따를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