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자말 카슈끄지가 우발적인 사고로 죽었다고 알렸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게임은 비로소 본격화 될 전망이다.

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서 죽임을 당한 자말 카슈끄지. 연합뉴스

카슈끄지 피살 배후로 유력시 되는 사우디아라비아 빈살만 왕세자. (연합뉴스=EPA)

지난 2일(현지시간) 터키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에 서류를 받으러 간 카슈끄지 행방이 묘연해지자 사우디 정부가 그를 납치하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후 의문은 몸집을 불려 그가 사우디 암살 요원들에게 살해 당했다고 전해졌다. 사건 초기 그의 살해는 물론 납치까지 부인했던 사우디 정부는 이내 태도를 바꿔 그가 총영사관에서 주먹다툼 과정에서 숨졌다고 알렸다.

사우디 정부 발표에 일부 아랍 국가와 미국 정부는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국제 엠네스티·유엔 등 국제기구는 사우디 정부 발표를 불신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렇듯 국제사회의 불신이 깊어지는 가운데 사건이 발생한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소속 정당 의원총회에서 진상규명에 적극적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일반적인 조처에 그치지 않고 적나라한 진실이 낱낱이 공개될 것. 정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시작된 터키에서, 대통령이 직접 진상규명 의지를 전하면서 터키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된 핵심 정보를 알고 있을 거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에르도안 대통령은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다. 다만 사건 발생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 온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관련설에 힘이 붙고 있다.

왕세자 관련설이 확산 기세를 보이자 사우디 정부는 외무장관을 통해 관련설을 적극 부인했다. 사우디 외무장관은 미국 언론과 인터뷰 중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된 이들은 자신 권한 밖의 일을 했으며 이들 가운데 누구도 왕세자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사우디 정부의 의도적 살해 및 왕세자 관련설 부정에도 의혹은 점차 확산될 기세다.

한편 이번 사태 진상 규명을 촉구한 유럽 국가 중 한 곳인 독일은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지방선거 지원유세 현장에서 사우디에 대한 독일의 무기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임동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