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와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6일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피로 맺은 형제임을 재차 확인했다”며 협력 강화 의지를 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6일 서울 삼청동 서울공관에서 열린 오찬행사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수교 60주년이자 ‘상호문화의 해’인 올해 혈맹 우방이자 형제국가인 터키 총리께서 방한하신 것은 시의적절하고 그 의미가 매우 크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총리는 “우리 두 총리는 2013년에 발효된 한-터키 FTA(자유무역협정) 상품협정이 양국 교역증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며 “FTA 서비스 투자협정도 조속히 발효되도록 해 양국이 호혜적이고 성숙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년에 성공적으로 준공된 유라시아 해저터널과 보스포러스 제3대교 건설사업을 양국 기업의 성공적 협력 사례로 평가했고, 차낙칼레 대교 건설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도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는 “SK·현대·LG를 포함한 한국의 30여 개 기업이 터키에 진출해 있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양국 기업이 인프라 분야뿐만 아니라 에너지·자동차·철강·철도·고속철·석유화학·ICT(정보통신기술)·방산분야에까지 광범위하게 협력하도록 하자고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의 대(對) 터키 투자 가속화를 위해서는 FTA 서비스 투자협정 조기 발효와 이중관세방지협약 개정이 빨리 이행되도록 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국내 절차를 완료해 한국 기업들의 대터키 투자가 활발하게 늘어나도록 하는 제도적 틀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부산유엔묘지 방문을 통해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터키가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면서 “(양국이) 피로 맺은 형제라는 사실을 한국에서 제가 눈으로 확인한 정말 의미 있는 방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한국 회사들이 터키에서 선전하는 것은 터키 내 시장뿐만 아니라 60개의 터키 주변국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도 중요하다”며 “이번 방문은 한국과 터키 간에 모든 방면에서의 협력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가 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현재 세계적으로 아주 큰 10개의 프로젝트 중 6개가 터키에서 진행되고 있다. 터키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외국 기업으로 보지 않고 더욱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양국 총리는 북한 비핵화 및 한반도에서의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 노력에도 뜻을 같이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북한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 번 한국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이을드름 총리는 터키 정부가 지난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추종세력을 일컫는 ‘페토’(펫훌라흐 귈렌 테러조직·FETO)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단체가 한국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한국 정부에 제재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총리는 “한-터키 간의 오랜 우호 관계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 문제에 대처할 것”이라며 “문의하신 그 단체가 만약 위법행위를 하게 된다면 당연히 국내법에 따라 조치하게 될 것”이라며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을드름 총리는 “페토는 터키에서 위법적으로 쿠데타 시도를 한 단체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하길 바란다”며 “특히 한국 정부가 이 단체의 재정적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파악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 페토관련 교육기관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확실치 않다.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터키 언론은 최근 “6·25 당시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터키 영화 ‘아일라’가 한국에 있는 페토 수배자 A씨 탓에 개봉되지 못하고 있다. A씨는 한국에서 식당사업 등으로 성공해 유명해진 터키인사”라고 영화 제작사 대표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터키 한인들은 “요즘 터키에서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상대방을 페토로 낙인 찍는 성향이 간혹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터키 기자가 ‘영화 아일라를 보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실화에 바탕을 둔 감동적 영화라고 들었다. 양국 국민 사이, 풀뿌리 차원에서도 아주 돈독한 우호·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다”면서 “하루빨리 이 영화가 서울에서 상영되길 바란다”고 답했다.

이 총리는 또 “2002년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한국이 터키에 3 대 2로 졌지만, 한국 관중이 터키선수단에 야유가 아닌 박수를 보냈다”며 혈맹관계를 거듭 강조하면서 “평창올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터키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기더라도 한국 관중들은 박수를 보낼 것”이라고 말해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