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신 따르던 후티반군과 결별 후
- 남부 지역 탈출하다 총격에 사망
- 사우디·이란 대리전에 국민 고통

33년간 예멘을 통치하다 쫓겨났던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이 후티 반군에 살해됐다

피살된 알리 압둘라 살레 전 예멘 대통령. AP연합뉴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알아라비야 방송 등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4일(현지시간) 알마시라TV와 예멘 라디오를 통해 살레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반역자들의 우두머리가 죽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또 “살레가 이끄는 다수의 범죄 지지자들도 사망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의 한 소식통은 “살레가 오늘 사나 남부 외곽에서 탈출하던 중 살해됐다”며 “우리 대원들이 로켓추진유탄발사기(RPG)로 그의 무장 차량을 정지시킨 후 그의 머리에 총탄을 발사했다”고 말했다.

후티 반군은 천으로 덮여 있는 살레의 시신이 찍힌 영상도 알마시라TV와 소셜미디어에 공개했다. 그 시신 주변에서 무장 대원들이 환호하며 “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는 장면도 나온다.

이번 피살 건은 살레가 전날 밤 후티 반군과의 파트너 관계를 단절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다음 발생했다고 알아라비야는 전했다. 살레를 추종하는 무장대원들은 지난 엿새 동안 사나에서 후티 반군과 치열한 교전 끝에 수세에 몰리며 큰 인명 손실을 봤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5일간 사나에서 벌어진 전투로 최소 125명이 죽고 238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1978년 쿠데타로 집권한 살레는 한때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장기 집권한 권력자로도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2011년 ‘아랍의 봄’ 여파에 따른 반정부 운동으로 2012년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살레는 후티 반군과 함께 연대해 2014년 이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해 왔다. 살레를 추종하는 세력은 또 후티 반군의 편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와 맞서면서 권좌 복귀를 노려왔다. 그러나 살레를 지지하는 무장 대원들이 최근 후티 반군과 갈라선 뒤 사나에서는 양측간 전투가 계속됐다. 결국 이날 ‘동지에서 적’으로 바뀐 후티 반군의 총탄에 맞고 숨을 거뒀다.

예멘에서는 30여 년간 철권통치를 하던 살레 정권이 2012년 2월 실각한 뒤 민주적 정권 이양 절차가 진행되는 듯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률과 정부의 연료비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힘입어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가 2014년 9월 수도 사나를 점령하고 예멘 정부를 축출하면서 혼란에 빠졌다.

이에 위협을 느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랍권 동맹군을 결성해 2015년 3월 26일 군사 개입에 나서면서 예멘 내전은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8600여 명이 폭격과 교전 등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약 5만 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인구의 70%인 2000만 명은 장기간 지속한 내전과 콜레라 등으로 끼니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