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분리ㆍ독립을 추진 중인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자치 권한을 중앙정부에 일시 귀속시키기로 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21일 수도 마드리드의 몬클로아궁에서 헌법 155조 발동안 의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21일(현지시간) 긴급 소집한 국무회의를 마친 뒤 분리독립을 추진 중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자치권을 몰수해 중앙정부가 당분간 카탈루냐 지역을 직접 통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거나 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할 수 있다’는 헌법 155조를 바탕으로 한 결정이다.

카탈루냐 자치의회를 해산한 뒤 6개월 안에 지방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법치를 회복하고 경제활동과 공공서비스를 보장하는 한편, 모든 시민권을 보호하기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카탈루냐의 분리ㆍ독립 운동을 이끄는 카를레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을 겨냥해서는 “법을 어기면서 충돌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스페인 정부는 곧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안을 상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상원이 정부의 카탈루냐 자치권 몰수 방안을 확정하면,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상원은 스페인 집권 국민당이 과반을 점하고 있는 데다 주요 야당들도 카탈루냐 자치 중단에 동의하고 있어 정부 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내각이 의결한 방안이 상원을 통과하면, 중앙정부의 직접 통치는 자치정부의 경찰과 재정 권한, 언론 매체에까지 적용된다. 뿐만 아니라 자치의회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자치의회 의장이 카탈루냐 수반 후보자를 제안하는 권한이 제한되고, 위헌이라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한 자치의회 표결이 전면 금지된다. 자치의회가 통과한 법률은 30일 이내면 언제든 중앙정부에 의해 거부될 수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정부의 결정에 반발해 다음주 초 자치의회를 열어 독립선언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카탈루냐 분리 독립을 둘러싼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의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