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오렌지카운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산불에 따라 다수 한인들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9일(이하 현지시간)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 등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캐년 파이어 2호’로 명명된 이번 산불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91번 프리웨이와 깁섬 캐년 로드에서 발화했다.

불길은 오렌지카운티를 잇는 241번 유료도로 쪽으로 급속히 확산했다.

오후 4시를 기해 불길은 애너하임 힐스 등지의 4000~5000에이커(16∼20㎢, 490만∼600만 평)를 태웠고 건물 6채가 전소했다.

불길을 잡기 위해 출동한 소방관 1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아직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애너하임 지역 1000여 가구 주민 4000여 명에게 강제대피령을 내렸다.

LA 총영사관은 오렌지카운티 한인회를 인용, 대피 인원 가운데 한인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불길이 쉽게 잡히지 않으면 애너하임 시가지에도 피해를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렌지카운티에서 가까운 롱비치에서도 하늘이 온통 시커먼 연기로 뒤덮였다.

소방대원 500여 명과 소방헬기, 비행기 수십 대가 화마와 싸우고 있으나 북부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식생이 매우 건조한 데다 강한 바람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렌지카운티 북부 애너하임 지역은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며, 한인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불길은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 애너하임 힐스 등 언덕에 있는 주택가를 위협하고 있다.

이 지역 주택가는 능선을 따라 규격형 주택인 ‘트랙트 하우스’가 상당수 늘어선 지대여서 불이 주택가로 번질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대피령은 241번 유료도로 서쪽 놀랜치 로드와 세라노 애비뉴 동쪽을 중심으로 발령됐다. 오렌지파크 에이커, 노스 터스틴, 이스트 오렌지, 잼버리 로드, 캐년뷰 애비뉴 등지에도 대피령이 내려졌다.

애너하림 소방국 관계자는 “시속 45마일(70킬로)의 돌풍이 남서쪽으로 불면서 애너하임과 시티 오브 오렌지 경계 지점으로 불이 번지고 있다. 애너하임 시 중심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현재 대피령이 내려진 가구가 1천여 호이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로스앤젤레스 북부 버뱅크, 글렌데일 등지에서 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산불이 발생해 1000여 가구가 대피하기도 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