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남부 키웨스트 영향권 속으로
- 폭풍우 탓 거리 물 잠기고 정전
- 대피소엔 침구류 챙긴 주민 모여

초대형 허리케인 ‘어마’가 카리브해 섬들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남동부로 접근하면서 ‘첫 관문’인 플로리다주가 공포에 휩싸여 있다.

국립허리케인센터(NHC)에 따르면 전날 3등급으로 약해졌던 어마는 시속 210㎞의 강풍을 동반한 4등급 허리케인으로 다시 강해졌다. 어마는 이날 오전 7시께 미국 플로리다주 남부 키웨스트를 통해 미국 본토에 상륙한 뒤 같은 날 오후 플로리다 서부 해안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키웨스트에서는 이미 폭풍우의 영향으로 거리가 물에 잠기고 주택과 기업체 등 건물 17만여 채 이상이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거의 전 지역에 허리케인 경보가 내려지면서 최소 3600만 명이 어마의 영향권에 있는 상황이다. 주정부는 일찌감치 주 남부와 중부 전체에 거주하는 63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렸으며, 전날부터 각급 대피소에는 간단한 침구류와 귀중품만을 챙겨 든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다.

어마는 카리브해를 초토화하면서 수많은 건물과 시설이 파손된 가운데 현재까지 최소 25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서 5명, 앵귈라에서 1명이 각각 숨졌고,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도 수많은 건물과 시설이 파손된 가운데 4명이 사망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는 최소 3명이 숨졌으며 6000명의 이재민이 임시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상당수 주민은 정전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1명이 사망한 바르부다에서는 전체 건물의 95%가 파손됐다. 현지 당국은 1억 달러의 재건축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어마가 이동 초기에 강타한 프랑스·네덜란드가 분점하는 생마르탱과 생바르텔레미 섬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수준으로 황폐해졌다. 생마르탱 섬의 전체 가옥 중 60%가 파손됐으며 프랑스 관할 영토에서 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됐다. 네덜란드 영토에서는 2명이 사망했다.

어마는 전날 밤 쿠바 동부에 있는 카마쿠에이 아르치펠라고를 통과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폭우로 많은 지역이 물에 잠기고 강풍으로 가옥 등 수많은 건물이 파손됐지만 쿠바 당국은 구체적인 언급 대신 “심각한 피해가 생겼다”고만 밝혔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9일 CBS 방송에 출연해 어마를 ‘살인자(killer)’로 규정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확실히 알아야 한다. 어마는 믿을 수 없이 거대하고 파괴적인 태풍”이라며 “그것은 살인자”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휴일에도 워싱턴DC 인근의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내각을 소집해 미국 동남부 해상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어마’와 ‘호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에서 “어마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풍이다. 과거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재산은 대신할 수 있지만 목숨은 그렇지 않다.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며 “재산은 걱정 말고 어서 대피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