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타계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 반체제 인사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가 간암 투병 끝에 타계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그의 부인인 류샤(劉霞·55)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해제하고 출국을 허용하라고 중국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1955년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류샤오보는 지린 대학 중문과 재학 시절부터 문학 서클에서 활동했던 문학 청년이었다.

1982년 베이징 사범대 중문과 대학원에 입학해 문학석사학위를 받은 후 강사로 교편을 잡으면서 문학비평 활동을 펼쳤다.

톈안먼 민주화운동이 그의 인생을 바꿔버렸다. 1989년 뉴욕 컬럼비아 대학 방문 연구원으로 유학 중이던 류샤오보는 톈안먼 민주화운동 소식을 듣고 즉각 귀국했다. 톈안먼 광장 사수를 주장한 강경파들에 맞서 류샤오보는 광장 철수를 주장했고 무력 진압이 시작되자 계엄군과 타협해 학생 철수를 돕기도 했다.

6월 2일 '톈안먼 4군자로 불리게 된 저우둬, 허우더젠, 가오신과 함께 벌인 '6.2단식투쟁' 선언문에서는 공산당 정부와 학생 모두의 반성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류샤오보 행보는 톈안먼 민주화운동 이후 가치를 지니기 시작했다. 류샤오보는 톈안먼 지도부가 중국을 떠날 때 중국을 지키며 4차례나 체포, 구금되는 길을 선택했다. 류샤오보는 지난 2008년 12월 '08헌장'의 발표를 준비하던 중 공안당국에 발각돼 징역 11년 형이 확정되면서 그가 임종시까지 지냈던 랴오닝(遼寧) 성 진저우(錦州) 교도소에 수감됐다.

류샤오보는 '08헌장'에서 중국의 일당 독재체제가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톈안먼 민주화운동' 등의 사건에서 인권을 탄압하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을 비판하며 체제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재판 당시 그는 "증오는 지혜와 양심이 아니다, 적대적인 감정은 국가의 영혼을 오염시키고, 야만적인 삶을 악화시키고, 사회의 관용과 인간성을 파괴한다. 또, 국가가 자유와 민주를 향해 나아가는 것을 방해한다."고 역설했다.

류샤오보는 2010년 10월 중국의 인권을 위한 그의 오랜 비폭력 투쟁을 높이 평가한다는 이유로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세계는 류샤오보를 석방하라며 중국을 압박했다. 서방의 압박이 강해질수록 중국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식 참석을 불허하는 한편 그의 부인 류샤(劉霞)마저 일시적 가택연금에 처해 버렸다. 결국 시상식은 수상자 없이 진행됐다. 류샤오보의 노벨상 수상은 중국 당국의 통제를 더욱 철저하게 만들었다.

지난 5월말 감옥에서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류샤오보는 6월에야 가석방해 선양 소재 중국의대 제1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했다. 류샤오보는 마지막에 아내와 함께 중국을 떠나게 해달라고 간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마저도 들어주지 않았다.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각) 성명을 발표하고 "루샤오보의 부인 루샤를 비롯해 그가 사랑했던 모든 이에게 충심 어린 애도의 뜻을 전달한다"면서 "중국 정부는 루샤의 희망에 따라 그를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어주고 중국을 떠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샤오보는 일생을 조국과 인류의 개선, 정의와 자유 추구에 헌신했다고 애도했다. 이영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