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난 민심, 총리 퇴진 시위벌여
- 보수당마저 불신임 투표 검토

영국 런던 화재 참사를 둘러싼 분노가 확산되면서 테리사 메이의 총리직까지 흔들고 있다. 특히 막을 수 있었던 재앙이라는 시각이 기정사실로 되면서 영국민은 충격과 분노를 더하고 있다.

런던 경찰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의 사망자 수가 최소 58명이라고 밝혔다. 런던경찰청 스튜어트 쿤디 국장은 "아직 경찰이 알아차리지 못한 실종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밝혀 사망자 수가 세 자릿수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그렌펠 화재의 희생자가 갈수록 늘고 있지만 메이 정부는 시종일관 부실한 대처로 일관해 영국 국민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화재 발생 후 전면적인 공개조사 만을 약속했을 뿐 화재 원인이나 인명피해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대중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메이 총리는 보수당 정부의 긴축정책과 복지예산 삭감, 안전불감증이 이번 화재를 불렀다는 비난이 제기되는데도 피해자 가족과 주민을 만나 사과·위로하기는커녕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만 둘러보고 돌아갔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분노한 수백 명의 런던 시민이 지난 16일 그렌펠 타워가 위치한 켄싱턴-첼시 구청 앞으로 몰려가 거센 시위를 벌였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도 이날 91세 공식 생일 기념 성명에서 "침울한 분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고 밝히며 화재 참사를 지켜봐야 하는 고통과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처에 대한 비판이 폭주하자 메이 정부는 뒤늦게 지원대책을 내놓으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17일 오후 총리집무실에서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 자원봉사자 등 15명과 만나 2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메이는 면담 뒤 내놓은 성명에서 "이 끔찍한 재앙이 발생한 이후 처음 몇 시간 동안 도움이나 기본적 정보가 필요한 가족들을 위한 지원이 충분하지 제공되지 않았다"고 인정하며 사과의 뜻을 내비쳤다. 또 그는 500만 파운드(약 75억 원)의 긴급기금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화재로 집을 잃은 생존자들이 3주 내 인근에 새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뒤늦은 노력도 영국 국민과 정치권의 분노를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보수당 내부인사를 인용해 화재 참사에 대한 메이 총리의 대응에 불만을 느낀 보수당 의원들이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투표를 검토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