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최근 양 갈래 대응에 나서고 있다. 롯데 불매 운동, 한국 관광 금지, 한국 기업에 대한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사드 보복을 이어가고 있으나 한국인을 겨냥한 폭행 행위나 반한(反韓) 집단 시위에는 극도로 경계하는 분위기다.

이는 중국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차기 한국 정부와 관계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에서 집단 시위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롯데의 사드 부지 제공 후 사드 발사대 일부까지 한국에 반입되면서 중국 내 사드 반대 및 반한 분위기는 이달 초 극에 달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2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소집한 회의를 열어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여행 상품에 대해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전면적인 판매중단을 구두 지시했다. 또 한류 드라마와 예능에 이어 애니메이션에까지 사드 보복도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과격 시위 양상에 대해선 중국 정부가 경찰력을 동원해 사전 차단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이달 초만 해도 사드 반대 및 반한 시위에 방관자적인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실제로 지난 10일 산둥 성 웨이하이 시 한인타운인 '한라방'에서 열리기로 했던 반한 집회는 공안당국의 경계 강화로 무산됐다. 지난 11일 베이징 왕징 롯데마트에서 열리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규모 시위 역시 경찰이 대거 배치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