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마지막 순서, 오스카의 최고상이라 여겨지는 '작품상' 시상 과정에서 한 차례 오류가 있었다.

80여 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작품상 수상자가 잘못 발표됐다.


시상을 맡았던 워런 비티는 수상작이 적혀있는 봉투를 열어보더니 뭔가 미심쩍은 표정을 내비쳤다. 페이 더너웨이는 그런 비티의 표정을 본 더너웨이는 해당 봉투를 뺏아 들곤 그곳에 적힌 글자 '라라랜드'를 큰 소리로 외쳤다.

라라랜드의 제작진들은 일제히 무대에 올라 감격적인 수상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주최측은 이내 그들을 가로막곤 수상작을 다시 발표했다. 뒤바뀐 결과에서 웃는 이들은 '문라이트' 제작진이었다.

이런 사건은 워런 비티에게 전달된 봉투에서 시작됐다. 비티가 수상자를 보고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던 것은 해당 봉투 안에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작품상 수상에 출연배우의 이름이 적혀있을 리 만무했고, 이미 엠마 스톤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기에 비티는 당황했을 것이다.

이 같은 사건을 야기한 장본인은 워런 비티도, 페이 더너웨이도 아닌 회계법인PwC(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의 파트너 회계사 '브라이언 컬리넌'이었다.

무대 뒤에서 엠마 스톤을 비롯한 수상자들을 촬영해 트위터에 업로드하기 바빴던 그가 작품상 시상을 맡은 워런 비티에게 잘못된 봉투를 전달하고 만 것이다.


사실 아카데미 측은 무대 뒤에서 수상자를 촬영하는 등의 행위를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컬리넌은 엠마스톤의 모습을 촬영한 뒤 자랑스레 자신의 회사를 '#PwC'라고 태그해 트위터에 전송하기도 했다.

혹자는 회계사가 아카데미 수상작 봉투를 전달하는 것에 대해 의아함을 품을지도 모른다. 이는 사실 회계법인 PwC가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결과를 집계하고, 시상순간까지 보안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전달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기 때문이다.

89년의 아카데미 역사 중 83년을 PwC가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한 회계사의 실수를 들어 세계 여론은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한다. "차라리 한 회사의 회계실수를 하는 게 나을 뻔 했다"

내년 아카데미에도 PwC가 함께 할 수 있을지 또 민사소송의 나라에서 브라이넌 컬리넌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민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