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은 테러단체의 침투를 막고 국경을 책임있게 관리할 권리와 의무가 있지만, 이것이 종교와 인종·국적 관련 차별에 근거를 둘 수는 없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신임 유엔 총장이 31일(현지시간) '난민과 관련한 유엔 사무총장의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비판에 가세했다.

구테헤스 총장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국자 사회가 기반한 근본 가치와 원칙에 어긋나는 데다 봉쇄 대상자의 분노와 우려를 촉발해 오히려 테러리스트 조직이 악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구체적인 정보에 근거하지 않은 맹목적 조치는 효과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구테헤스 총장이 성명에서 비록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나 행정명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단정적인 표현과 내용을 통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구테헤스 총장은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 체제를 훼손하는 결정은 심히 염려스럽다"고 강조하며 성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내비쳤다.

미국 대통령을 향한 이 같은 강도 높은 비판 목소리는 전임인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비교되며, 특히 총장 재임 기간 미국 등 강대국에는 저자세로 일관했던 반 전 총장 때와는 유엔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 전 총장의 경우 2014년 6월부터 2년 동안만 따져도 예맨 위기와 러시아 격추사건, 이스라엔 서단 무안점유 등 주요 국제 정세에 구체적 입장보다는 '우려'만을 표해 비판을 자초한 바 있다.

2009년 이미 반 전 총장은 외신으로부터 'no where man'(어디에도 없는 사람) 'invisible man'(보이지 않는 사람) 등 혹평을 얻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달 21일 반 전 총장의 연임에 대해 "공로보다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이 '무난한 사람'인 반기문을 특별히 반대하지 않은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민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