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실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회동에서 잠깐 생각에 잠겨있다. AP통신

'미국-이슬람 관계 회의'(CAIR)는 30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지방법원에 반이민 행정명령이 위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CAIR은 이 행정명령에 대해 "모든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완전히 중단하겠다고"고 한 트럼프의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첫 조치라고 규정했다. 또 반이민 행정명령이 이슬람교도 차별이라며 이는 종교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1조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주 밥 퍼거슨 법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반발해 법적 조치를 공표한 연방주는 워싱턴주가 처음이다. 퍼거슨 법무장관은 "미국은 법치국가이며 그것은 목소리가 큰 주장이 아닌 헌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 관점에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한 순간부터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외 공관에 근무하는 미 외교관 등도 행정명령에 대한 반대 입장 연판장을 회람하고 있고 국무부에 정식으로 '반대 문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숀 스파이시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행정 명령에 반대하는) 외교관들은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행정 명령에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측도 성명을 통해 "시민들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목소리를 내는 헌법적 권리를 행사한 것은 미국의 가치가 위태로워졌음을 보여준다"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결정과 비춰볼 때 그는 신념과 종교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한다는 개념에 근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감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 중 한 곳인 영국에서도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의 영국 국빈방문을 반대하는 청원이 158만 명을 훌쩍 넘어섰고 트럼프 반대 시위에 수만 명이 참가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트럼프의 국빈 방문을 취소할 수 없다는 기자회견까지 열어 국민 다독이기에 나섰다. 메이 총리는 "미국이 발표현 (반이민) 정책과 관련해서 영국은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며 반이민 행정명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반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자국에도 불똥이 예상되는 이 정책에 대해 동조하고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불법 체류하는 자국민을 향해 (비자 기한보다) 오래 머무르고 있다면 나오라"며 "붙잡혀 추방돼도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