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수 두는 시간 5초…속기 구사
- 초인적 기량 인공지능 가능성

일본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절대 고수의 기량을 갖춘 정체불명의 기사가 홀연히 나타나 일본 바둑계에 일대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기사는 일본 바둑계에서 'God Moves'(신의 손)로 불린다. 정체불명의 이 고수는 지난달 29일 일본판 알파고 인공지능(AI)기사 '디프 젠고(Deep Zengo)'와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Zen 19L'를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이어 지난 1일 벌어진 'Zen 19L'과의 재대국에서도 완승했다. '디프 젠고'는 일본 바둑계 최고 권위 호칭의 하나인 '명예 명인'에 오른 한국계 프로기사 조치훈에게 1대2로 패한 고수이다.

놀라운 건 이 정체불명의 기사는 대국 내내 상대방이 두기 바쁘게 속기를 구사하는 점이다. 일본 바둑계에서는 이 기사가 초인적인 기량을 갖춘 인공지능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27일 전했다. 이 기사는 지난달 29일 세계 바둑 애호가들이 이용하는 바둑 사이트 'KGS'에 홀연히 등장했다.

프로기사들을 놀라게 한 건 바둑의 내용이다. 바둑돌로 경계를 쌓아 영토의 넓이를 겨루는 바둑에서 포석은 적은 수의 돌로 효율적으로 영토를 넓힐 수 있는 구석에서 시작하는 게 상식이다. '신의 손'은 첫 대국에서는 네 귀퉁이의 화점에서 시작하는 일반적인 포석으로 시작했으나 2국에서는 첫수를 바둑판의 중앙인 천원에 두었다. 3국에서는 천원을 둘러싼 곳에 첫수와 둘째 수를 두었다. 전대미문의 파격적인 포석이다.

대체 누굴까. 한 수를 두는데 생각하는 시간이 5초 전후로 짧은 점을 들어 Zen 개발팀의 가토 히데키 대표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스피드"라면서 "아마도 인공지능기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산하 디프마인드사 관계자는 "우리 소프트는 아니다"고 밝혔다. 일본 바둑계에 일대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절대 고수의 정체는 여전히 수수께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