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측 "일상적인 일" 무시
- 트럼프 "내부 결탁 증거" 공세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 국무부가 지난해 기밀이 포함된 이메일 개수를 줄이기 위해 연방수사국(FBI)에 '거래'를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메일 사건을 수사 중인 FBI가 만약 벵가지 사태와 관련한 클린턴의 일부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않으면, FBI의 국외 파견 지역을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클린턴 캠프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평가절하했으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측은 버락 오바마 정부 차원의 '힐러리 구하기'라고 공세에 나서 2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국무부의 거래 시도는 17일(현지시간) FBI가 이메일 스캔들 관련 수사문서 100여 건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패트릭 케네디 미 국무부 차관은 지난해 익명의 FBI 인사와 접촉해, 2012년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사건과 관련된 클린턴의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케네디 차관은 요청이 묵살되자 또 다른 FBI 고위인사에게 "이메일을 '기밀'로 분류하지 않으면, 현재 주재가 금지된 국가에도 FBI 요원이 나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수사문서는 적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요청은 결국 거부됐고, FBI는 지난 8월 이메일 사건 수사를 종결하면서 클린턴이 고의로 법을 위반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법무부에 불기소를 권고, 법무부는 FBI 권고대로 클린턴을 기소하지 않았다.

국무부는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대변인을 통해 "특정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보류하는 FBI 절차를 이해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WSJ이 보도했다. 국무부는 "기밀 분류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 당국에 따라 종종 시각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럼프 측은 "힐러리 클린턴을 보호하기 위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 내부의 결탁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강공에 나섰다.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역인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DNI) 국장은 성명에서 "FBI 수사문서는 고위층 내부에서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클린턴이 FBI, 법무부, 국무부와 결탁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증거"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