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가 한동안의 침묵을 깨고 남편의 여성 강제 추행에 관한 음담패설 녹음 파일에 관련, 트럼프의 변호에 나섰다.

멜라니아는 17일(현지시간) 방송된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과거 음담패설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 "테이프를 듣고 충격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알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트럼프는 당시 자기 마이크가 켜져 있는 것을 모르고 빌리 부시가 부추기는 대로 "남자들끼리의 대화"를 한 것 뿐이라고 말하고 "나도 남편에게 그런 말은 부적절하다고 항의했다. 사실 나도 너무 놀랐다. 그건 내가 알고 있는 남편의 말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들끼리 농담 하던 중 사회자(부시)가 저급한 발언을 부추겨 남편이 분위기를 리드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부인은 또 남편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당했다고 고소한 여성들을 데리고 나와서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 "그것은 공평한 일이다. 그건 민주당쪽에서 먼저 우리 부부의 사생활을 들고나왔고 이후 점점 더 추악한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멜라니아 트럼프의 사진이 네거티브 선거전에 이용된 것은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있었던 일이며 클린턴 부부가 거기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 당시 트럼프는 경쟁자인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소행이라고 비난하면서 크루즈부인의 유쾌하지 못한 사진들을 트위터에 올리며 보복전을 벌였지만 크루즈는 자신은 무관하다고 부인했었다.

멜라니아가 공개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나선 것은 지난 7일 워싱턴포스트(WP)의 음담패설 녹취록 공개 이후 처음으로 이번 인터뷰가 그의 첫 입장 발표인 셈이다.

2005년 당시 멜라니아와 결혼한지 약 1년정도 됐던 트럼프는 녹취록에서 저속한 언어로 사회자 빌리 부시와 유부녀를 유혹한 경험을 늘어놓았다.

이 폭로 이후 트럼프는 수십년 동안 자신에게 키스나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당했다는 성추행 피해자들이 잇따라 나타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멜라니아는 "남편의 발언은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고 나에게도 모욕적이었으나 그 발언들은 절대 내가 아는 남자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그의 사과를 대중이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2005년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트럼프의 저택에서 인터뷰 도중 트럼프에 강제 키스를 당했다고 폭로한 미국 매체 피플의 기자에게는 소송을 검토하겠다며 위협했다.

멜라니아는 그 동안 전통적인 정치가의 아내 역할을 하는 대신 이따금 선거유세장에 모습을 나타내기만 했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했던 유일한 연설은 처음엔 찬사를 받았지만 미셸 오바마의 2008년 연설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 드러나 엄청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이영실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