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 온 한인 1세들이 자녀들에게 기대하는 직업은 의사 변호사 기술자 사업가 등이다. 그런 영향인지 몰라도 캐나다에 한인 출신 정치인은 드물다. 국방부 장관이 시크계 출신이고 필리핀이나 중국 이민자 중에도 연방 국회의원이 제법 많은 것을 두고 한인사회 일부 단체장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캐나다의 각종 선거 때마다 한인들의 투표율은 다른 민족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캐나다 한인사회에서 정치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은 조성준 토론토 시의원이다. 올해 여든 살인 그는 8선의 관록을 자랑한다. 1991년 시의원에 당선된 뒤 25년째 시의회를 지키고 있다. 초선 의원으로 토론토시청에 입성했을 때 24명의 시의원 중 유일한 유색인종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1일 치러진 온타리오주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보수당 후보로 출마해 자유당과 신민당 후보를 누르고 주의원 자리에 오른 것이다. 한인이 주의원에 당선된 것은 캐나다의 이민 역사상 세 번째이며, 온타리오주에선 첫 사례다.
특히 조 의원의 당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우선 지역구인 스카보로-루지리버는 선거구가 생긴 이후 18년간 자유당의 아성이었다. 한 차례도 보수당이 차지한 적이 없다. 타밀계 이민자가 많은 특성 때문에 조 의원은 2014년 주의회 선거에 출마해 한 차례 낙선한 경험이 있다. 또 주류 언론들은 영어 실력 등을 빌미로 조 의원에 대해 끊임없이 감정이 실린 보도를 했다. 선거운동 막바지에는 온타리오 보수당의 패트릭 브라운 당수가 각급 학교의 성교육 재검토 의지를 피력했다가 사과하고 철회하는 바람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조 의원은 선거 기간 "이번 만큼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권자의 집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선거운동인 '캔버싱( Canvassing )'을 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읽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선거가 끝난 뒤 나온 분석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된 것이 전기요금. 라이어슨 대학교의 한 정치학 교수는 "자유당 정부는 전기요금처럼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선거의 주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신문사의 간부도 "성교육 논란 등은 승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매년 상승하고 있는 전기요금이나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는 스카보로 지역의 지하철 건설 등이 표심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토론토의 전기요금은 2006년 이후 지난 9년간 72%나 올랐으며, 이는 북미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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