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경제가 지난해 26.3%나 성장했다고 통계 당국이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자 당국이 지난 3월 추산했던 7.8%를 훨씬 능가한다. 아일랜드가 호황을 누려 '켈트 호랑이'로 불렸던 2000년대 초의 기록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아일랜드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트위터에서 "레프러콘 경제학"이라면서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레프러콘은 키가 작고 녹색 옷을 입은 아일랜드의 요정이다. 네빈경제연구소의 톰 힐리 소장은 "1930년대 소련에서도 나오기 힘든 수치"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의 놀랄 만한 성장률은 아일랜드에 둥지를 튼 다국적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이 12.5%로 극히 낮은 점을 이용해 자산이나 본사소재지를 아일랜드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즉 실물경제나 고용 창출 같은 눈에 보이는 것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실제로 지난 2월 엔다 케니 총리는 총선에서 패배했는데, 아일랜드인들이 경제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일랜드는 소규모에 개방적이며 외국인 직접투자에 휘둘리는 경제 특성 때문에 통계가 들쭉날쭉하다.

이날 GDP 발표로 통계에 대한 아일랜드인과 분석가들의 불신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베스텍아일랜드의 필립 오설리반은 아일랜드의 성장률 확정치는 미국의 다국적기업과 관련한 세금 바꿔치기와 항공기 리스회사의 구매, 아일랜드로 자산을 이전하는 기업들과 관련한 재산정 때문에 예비치와 차이가 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