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램(25) 씨는 '척수성 근위축' 환자다. 유전적 장애를 일으키고 팔 다리 어깨 목 허벅지 등에 근육 손상이 나타나 서서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녀는 6살 때부터 벌써 20년째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램 씨는 최근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주 법원에 헌법소원을 제출했다. 지난달 17일 시행에 들어간 '안락사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안락사 신청 자격 요건을 '합리적으로 예견되는 죽음'을 앞둔 환자로 제한했다. 램 씨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법은 환자들의 고통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무서운 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아왔다. 현재는 마케팅 회사에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램 씨는 "시간이 갈수록 나의 질병도 심각해질 것이란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의 관절 인대와 힘줄은 계속 수축되고 있다. 나의 움직임이 갈수록 제약을 받고 있으며, 이 병이 엄청난 고통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현재도 목욕 등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이고 심지어 침대 위에서 돌아눕는 것조차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램 씨는 "만약 내 고통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게 된다면 마지막 선택은 스스로 하기를 원한다"면서 "하지만 안락사법은 대법원이 허용한 이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헌법소원 이유를 밝혔다. 이 소송에는 민간단체도 가세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램 씨의 소송비용을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은 앞서 안락사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하원이 제출한 법안에 대해 상원이 부결시킨 뒤 재심을 요청했었다. 상원은 안락사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며 당장 죽음이 눈앞에 온 상황이 아니라도 '중대하고 치료 불가능한 질환'을 앓으며 삶의 고통을 견딜 수 없는 환자가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법률안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법안은 논란 끝에 정부가 제출한 뼈대를 유지한 채 시행에 들어갔다.
캐나다는 안락사를 허용한 세계 여섯 번째 국가다. 법이 통과될 당시 여러 사회단체와 언론에서는 '획기적인 사건' '역사적 입법'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하지만 법 시행 후 보름도 안돼 소송에 휘말리는 처지가 됐다.
사실 램 씨, 당사자가 아니라면 그가 겪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헌법소원 자체도 그녀가 감내하는 고통의 최소한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안락사법 논란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이 보장 받아야 하는 기본권의 한계는 어디인가. 법 제정이라는 인간들의 합의를 통해 어느 선까지 '자발적 죽음'을 허용할 것인가. 앞으로 진행될 헌법소원은 이 해답을 찾아가는 치열한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렇게 설정하고 재조정한 법적 허용치는 진짜 정당성을 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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