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비영어권에다 경제 시각차
- 프랑스, 국제문제 종종 독자노선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하면서 미국은 유럽 대륙과 직통으로 연결된 '핫라인'을 잃게 됐다. 국제질서의 급변 속에 리더십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새로운 유럽 내 '창구'를 찾아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미국 관리들은 브렉시트 이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유럽에서 믿을 만하고, 동조적인 파트너였던 영국을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꼽았다. 오랜 기간 미국의 가장 적극적인 안보 동맹이자 기밀정보에서 가장 효율적인 파트너이면서 미국 국제 정책의 핵심인 자유무역의 열성적 지지자였던 영국만큼 미국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영국이 브렉시트의 후폭풍을 딛고 유럽에서 영향력을 다시 찾는다 하더라도 그때까지는 수년의 공백기가 불가피하다.

유럽에서 영국을 대신할 만한 영향력을 지닌 국가로는 독일과 프랑스 정도가 거론된다. 하지만 일단 독일은 이 같은 역할에 소극적이다.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도 전투부대 육성을 망설이고 있는 데다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영어 사용권 5개국이 참여하는 정보협력체제인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회원국도 아니다. 국가 재정정책과 유럽에서의 긴축정책의 효과 등 경제문제에서도 미국과는 시각차가 있다. 여기에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여러 현안에서 미국과의 협력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역시 미국과 딱 맞는 상대는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양국이 안보에 있어 이전보다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지만, 프랑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 재개 등에 있어 미국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등 때때로 독자노선을 걷곤 한다. 이탈리아는 가진 게 너무 없고, 네덜란드는 너무 작고,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대한 영향력이 미미하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앞으로 NATO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찾을 것이며, EU 이전에도 미국과 영국은 30년간 단단한 동맹이었던 만큼 브렉시트가 미국에 반드시 재앙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지만 큰 설득력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NYT는 "국제외교의 시대에 (미국과 영국의) '특수 관계'를 '특수'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영국이 유럽에서 미국을 위해 행동하고 (양측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는 데 있다"며 "이제 그 다리는 끊어졌다"고 지적했다.

유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