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양옆으로 불길이 치솟았어요. 하늘은 벌겋게 물들었고요.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모르긴 해도 아마 그런 장면일 것입니다." 옷가지 몇 벌만 챙긴 채 화염 속을 간신히 빠져나온 한 주민의 인터뷰다.
캐나다 서부의 유전도시 포트 맥머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8일(현지시간) 현재 잡힐 기미가 없다. 대피한 주민은 9만여 명. 한때 캐나다 원유 생산의 25%를 담당하던 도시가 재건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잿더미만 남은 피해 현장의 사진은 안타까움만 더한다. 화재가 도심을 덮칠 당시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주민들에게는 겨우 몇 분의 시간을 주기도 했다.
캐나다의 한 언론은 피해 지역에서 탈출한 네티즌들의 글을 소개했다. 말하자면 그 몇 분 사이에 무엇을 챙겨 나왔느냐는 것이다. 참혹한 피해 현장 앞에서 뜬금없는 소리일 수 있지만, 예고 없이 닥친 재난에서 일상의 가벼움과 소중함을 실감하게 만든다.
대화를 시작한 네티즌은 "이번 화재로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는 자동차 트렁크와 짐가방에 뭔가를 챙겼다. 어이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각자가 마지막 순간에 챙긴 물건을 공개해볼까"하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자기가 싼 짐 속에 들어 있던 치즈과자 한 봉지와 스키용바지 사진을 올렸다. 그녀는 "내 어린 시절의 사진을 남겨둔 덕분에 치즈를 챙겼다"며 웃었다.
약 세 시간 만에 700여 건의 댓글이 달렸다. 어떤 네티즌은 벽에 걸려 있던 곰 인형을, 또 다른 이는 바비큐를 할 수 있는 LP가스통을 들고 나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지만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면 필요하겠지"라고 말했다. 유명 영화배우 캐릭터와 영화 포스터를 챙겨온 이도 있었다. "양말도 없고 당장 화장실에서 쓸 비누와 샴푸도 없다. 모르겠다. 왜 그걸 챙겼는지." 한 네티즌은 함께 화마에서 탈출한 애완견이 장난감 공을 물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탕봉지를 챙겨 나왔다. 노트북 컴퓨터는 물론 그동안 공부했던 자료까지 모두 팽개치고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우리 부부는 아이들에게 서둘러 중요한 것을 챙기라고 말했다. 그리고 집을 빠져나온 뒤 차에서 짐을 내리는데 일본식 사무라이 칼이 나왔다. 아이들이 우리 가족에게 그 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라며 웃었다.
해먹을 챙겨온 피난민도 있었다. 그녀는 길게 늘어선 자동차 피난 행렬에서 자동차 사이에 해먹을 묶고 누워 누군가와 통화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눈치챘겠지만 글을 올린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모르겠다. 왜 그걸 챙겼는지"다.
allell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