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거 6시간 만에 농성 풀고 나와
- 인근 광장에 모여 계속 농성

강경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사진)를 지지하는 시위대 수백 명이 한때 이라크 의회 의사당을 점거하면서 바그다드 일대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국 N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군 대변인 사아드 만 준장은 "이라크 안보당국이 바그다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바그다드 주변 주요 도로를 전면 봉쇄하고 시내 진입을 막고 있다. 다만 바그다드를 벗어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만 준장은 전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바그다드에서 강경 시아파 시위대 수백 명이 '그린존' 방벽을 넘어 의사당까지 진입했다. 후세인 정권 붕괴 후 설정된 미군의 특별경계구역에서 유래한 그린존은 의사당과 정부 청사, 군 사령부, 외국 공관 등 주요 시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철저한 보안이 이뤄지지만, 시위대는 별다른 충돌 없이 진입에 성공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대는 이후 6시간 동안 의사당을 점거하고 정부와 의회를 규탄하는 슬로건을 외쳤다. 시위대 내부에서도 '평화롭게 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일부 군중은 의사당 건물 등에 난입해 의원 소유로 보이는 자동차 여러 대를 망가뜨렸다. 군경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미국 대사관 주변에선 허공을 향한 경고사격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이 부상했으나 양측이 극한 폭력을 자제하면서 커다란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사태가 진정 양상을 보이자 성명을 내 "바그다드가 정부군의 완벽한 통제에 들어갔다"고 밝히고 시위대에게 지정된 집회장소로 돌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그린존 바깥으로 물러나지 않고 인근 이흐티팔라트 광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은 수백 명의 군중이 그린존 구역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사태는 정족수 부족으로 신임 내각 후보자 일부에 대한 의회 표결이 무산된데 대해 알사드르가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비난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발생했다.

시아파 민병대가 IS격퇴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갖게 된 알사드르는 회견에서 "(이라크 정치인들은) 부정부패와 정치적 지분 포기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는 정치권의 부패와 종파 간 갈등을 일소한다며 지난달 31일 전문 관료 출신으로 구성한 이른바 '개혁 내각' 후보자 명단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수니파와 시아파, 쿠르드족 등 종파·민족 간 이해가 갈린 의회가 내각 승인 기한인 열흘을 넘기면서 국내 일각에선 불만이 고조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