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사태 때 영장없는 수색 등
- 대테러 조치 헌법에 규정 추진
- 시민단체 "인권침해 우려" 반발
프랑스가 테러를 저지른 자국민의 국적 박탈과 국가비상사태에 따른 영장 없는 수색 등을 합법화하기 위한 개헌을 추진한다.
프랑스 정부는 23일(현지시간) 각료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강화된 대테러 대책 관련 조항이 포함된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고 개헌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현지 일간지 르피가로와 AFP,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개헌안은 지난달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 이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 등 테러 방지 관련 조치를 헌법 조항으로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일반 법률로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가비상사태 아래 이뤄지는 영장 없는 가택 수색·연금 등 조치가 위헌법률심판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 이를 아예 헌법에 명문화해 위헌 소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파리 테러 이후 프랑스 정부는 내년 2월까지 3개월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테러 용의자를 색출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또한 자국민이 테러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국적을 박탈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개헌안에 포함시켰다. 다만 국적 박탈은 이중국적자 등 프랑스를 포함해 복수의 국적을 가진 사람에 한해 시행하게 된다.
테러범 국적 박탈 조항에 대해서는 집권 사회당 안에서도 반발이 있었지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를 밀어붙였다고 AFP는 전했다. 프랑스에서 복수 국적자는 350만 명에 이른다.
정부의 헌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상·하원 모두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개헌안에 대한 의회 차원의 논의는 내년 2월 3일에 시작될 예정이다. 마뉘엘 발스 총리는 각료회의를 마친 뒤 "테러 위협이 이보다 더 컸던 적은 없었다"면서 "우리는 테러리즘과 성전주의, 극단주의 이슬람과의 전쟁에 맞서야 한다"고 개헌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발스 총리는 또 1000명이 넘는 프랑스 국민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지하드(이슬람 성전)에 동참하고자 떠났으며 이 중 148명이 사망하고 250명이 다시 프랑스에 되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테러 이후 선포한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내무장관은 파리 테러로 국경 통제를 시행한 이후 "프랑스 안보와 공공질서에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3414명의 입국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개헌 추진에 대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유럽지부는 프랑스 정부의 테러 대응 조치가 이미 충분히 광범위하고 때로는 지나치다고 우려되는 상황에서 개헌 추진으로 추가적인 통제 수단을 확보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또한 지난달 테러 이후 경찰의 가택 수색이 폭력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가택 연금을 당해 직장을 잃는 사례도 나오는 등 부작용이 잇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테러 후 40일가량이 지난 이날까지 프랑스 경찰은 3000여 차례의 가택 수색을 벌여 테러 연루 용의자 360명을 가택연금하고 51명을 투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