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5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 고강도 테러대응 요구에
- 클린턴·오바마도 한발 물러나
- 총기규제와 투트랙 대응 강조

'자생적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로스앤젤레스(LA) 동부 샌버나디노 총기난사 사건이 미국 대선의 새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해온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테러 대응을 비판해온 공화당 대선주자 모두 이번 사건을 유리하게 활용하려고 공방전에 돌입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가운데 독주체제를 구축한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와 5일 아이오와주 유세를 거치면서 전례 없는 강도로 테러 대응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는 "나는 테러 문제를 거칠게 다루고 테러리즘을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지지자가 '테러 대응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에게 뭐라고 말할 것이냐'고 묻자 "당신은 해고야"라고 해 청중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총기규제 강화 입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만일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총을 갖고 있었다면 결과가 달랐을 것"이라고 했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인 마르코 루비오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 이번 사건 직후 총기규제 강화를 주장한 데 대해 "좌파의 전형적 전술"이라고 비판했다.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는 "이번 사건은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공화당 주자들의 공세에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는 애초 총기규제를 강력히 요구한 데서 한걸음 물러나 테러 대응과 총기규제를 놓고 동시에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은 지난 3일 뉴햄프셔 유세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인터넷 공간에서 유능한 용병 모집과 선전, 심지어 폭력적 행동을 끌어내는 것도 잘한다"며 "우리는 공중, 지상, 사이버공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싸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클린턴은 그러나 "테러에 대응하는 것과 총기규제를 강화하는 것 사이에 어떤 충돌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총기규제를 거듭 촉구했다.

그동안 본토에 테러 위협이 없다고 장담했다가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과 보조를 같이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5일 '우리는 테러 공포에 휩싸이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의 주례연설을 통해 자생적 테러에 대한 대응 의지를 밝히면서도 총기규제에 관해서도 다시 강조했다.

백악관은 특히 이날 성명을 내 6일 오후 8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통해 총기난사 사건 이후 미국 정부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조치들을 설명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총기난사 사건의 수사 상황과 테러리즘의 광범위한 위협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설명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또 성명에서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비롯한 사법당국 지휘부가 '총기난사 범인들이 테러집단 일부였거나 하부조직을 결성했다는 어떠한 시사점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