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캐나다 토론토시 동부지역과 주변 도시 시민들에게 하늘색 소포가 하나씩 배달됐다. 온타리오발전공사가 150만 달러(13억여 원)를 들여 요오드(Iodine)를 무료로 나눠준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국수력원자력에 해당하는 온타리오발전공사가 요오드 알약을 배포한 것은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누출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알약은 원자력발전소의 예상치 못한 사고로 대량의 방사능이 유출됐을 때 갑상선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막아준다고 알려졌다.

캐나다원자력안전위원회(Canadian Nuclear Safety Commission)는 지난해 원전 10㎞ 이내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들에게 올해 말까지 약품을 무료로 배포하라고 발전공사에 명령했다. 발전소 50㎞ 이내에 거주하거나 직장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해 신청하면 약을 무료로 보내준다. 이번에는 약 20만 가구와 기업체들에 약품이 배포됐다.

흔히 토론토와 주변 도시를 합쳐 GTA(Great Toronto Area)라고 불리는 광역토론토는 캐나다에서 인구가 가장 밀집한 곳이다. 약 500만 명이 거주한다. 토론토 동쪽에는 피커링과 달링턴 등 두 도시에 대형 원전 2곳(원자로 10기)이 있다. 모두 토론토에서 50㎞가 채 안 된다. 약품이 배포된 더햄지역의 켄 고먼 보건국장은 "이 약품은 방사능이 대량 누출된 상황에서 갑상선암을 예방하는데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면서 "그러나 주민들은 이 약이 방사선 노출에 따른 모든 위험을 막아준다고 착각해선 안 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약품을 사전에 배포한 것은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는 손을 쓸 시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약품 배포와 관련해 논란은 크다. 우선 온타리오발전공사가 확보한 수량이 약 600만 개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성인 기준 4개씩을 먹어야 한다고 하면 150만 명 분량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또 약품 배포를 통해 공연한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일부 나왔다.

환경단체는 1차 위험지역을 10㎞로 설정한데 대해 비판하면서, 발전소 반경 50㎞로 구역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10㎞로 1차 위험지역을 정해도 좋을 만한 어떤 연구결과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50㎞ 이내 지역의 어린이들에게서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았으며, 스위스의 경우도 원전 주변 50㎞ 내 거주민에게 비상약품을 나눠준다고 밝혔다. 더햄지역 의회도 이달 초 방사능 1차 위험지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부산시는 지난 5월 '방사능 방재 대책법'에 따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을 예방적 보호조치구역 5㎞, 긴급 보호조치계획구역 20㎞ 등으로 세분화하고 확대했다. 환경방사선(능) 감시망 최대 50㎞까지 확대 구축, 갑상선 방호약품 추가 확보, 비상대응시설 추가 확충 등 계획도 발표했다. 약품 배포가 공연한 불안감을 조성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이 현실이 된다면 그 피해를 가늠조차 어려운 게 원전 사고다. 부산시는 갑상선 방호약품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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