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26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흘 뒤 미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과거사에 대해 어떤 수준의 언급을 하느냐에 따라 한일관계가 다시 요동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아베 총리가 29일 미 의회연설이나 8월 종전 70주년 담화(아베담화)를 계기로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무라야마 담화를비롯해 역대 일본 내각이 표명해왔던 역사인식을 분명히 표명해 관계개선을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취지를 누차 강조해왔다. 그러나 아베 총리가 이런 기대에 부응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반둥회의에서 2차 세계대전에 대해 반성이라는 표현을 쓰면서도 '식민 지배와 침략', '사죄' 등과 거리를 뒀다. 그는 아베담화에 대해서도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고 한 이상 다시 한 번 쓸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좋은 계기를 놓치지 말라"며 압박을 계속하는 한편 아베 총리의 방미를 앞두고 최근 미국과 일본 내 각계에서 봇물터지듯 나오는 비판과 촉구성 목소리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국제사회의 여론이 아베 총리의 연설에 어떻게 투영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표적'을 다시 8월 아베 담화로 옮겨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끝난 반둥회의와 29일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도 좋은 계기지만 종전 70주년 아베 담화가 갖는 상징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일외교를 중심으로 미일관계 강화, 중일관계 개선 움직임 등과 관련해 '외교실패' 또는 '외교적 고립' 등으로 보는 우리 내부 일각의 시각에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비롯해 일본의 분명한 과거사 인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연설에서 만족할 만한 수준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외교 실패'나 '외교적 고립'으로 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정부가 움직일 수 있는공간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반론이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이나 최근 반둥회의에서의 정상회담을 통한중일의 관계개선 모색 등에 대해서도 정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면서 외교적 고립 시각을 적극 반박했다.
정부 당국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의 일정을 갖고 우리의 계산대로 하고 있다"면서 "그런 것이 잘되면 정상회담으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정부는 일본과의 양자 대화는 물론, 한중일이 지난 3월 외교장관 회담에서조기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한 3국 정상회담 등을 통해 대일 압박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