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프랑스 파리의 한 신문 가판대 앞에서 한 고객이 '내가 샤를리다' 라고 적은 종이를 든 무함마드를 표지에 게재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를 구입하고 있다. 테러 이후 일주일 만에 배포된 최신호는 파리 여러 지역에서 매진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AP 연합뉴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를 살해할 수 있었지만 그들의 풍자 정신을 꺾지는 못했다. 테러 발생 일주일 만인 14일 발행된 샤를리 에브도 최신호에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의 만평과 테러범들을 조롱하는 만평 등이 실렸다. 평소 절반인 16페이지로 발행된 '생존자 특별호' 표지에는 무함마드가 눈물을 흘리며 "내가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었으며 "다 용서한다"(TOUT EST PARDONNE)라는 제목이 달렸다.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의 모습을 그리는 행위가 엄격하게 금지돼 있지만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를 종종 풍자 대상으로 삼아 극단주의자들의 표적이 됐다.

테러리스트들도 풍자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날개를 단 테러범이 천국에 도착해서는 "70명의 처녀는 어디 있습니까?"라고 묻자 "샤를리 팀(희생자들)과 있다, 바보야"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전(지하드)으로 죽은 무슬림은 천국에서 처녀 70명을 상으로 받는다는 무장대원들의 믿음을 비웃은 것이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잡지사 사무실에서 총을 난사하는 장면과 샤를리 에브도 만화가가 펜을 들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함께 묘사하면서 '테러리스트는 25초의 일' '만화가는 25년의 일'이라면서 '테러리스트는 빈둥거리고 게으른 직업'이라고 비꼬았다. 최신호에는 10여 개의 만평이 실렸으며 테러에서 살아남은 5명의 만화가와 2명의 칼럼니스트가 참가했다. 최신호는 이날 배포 후 파리 여러 지역에서 매진되는 등 큰 관심을 끌었다. 샤를리 에브도 측은 당초 프랑스어 영어 아랍어 등 6개 국어로 300만 부를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대규모 매진사태가 벌어지면서 발행부수를 500만부로 늘리기로 했다.

한편 최신호 표지에 또다시 무함마드의 만평을 싣자 이슬람권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집트 최고종교기관 알아즈하르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새 만평이 사람들의 평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하지 못하고 증오를 일으키며, 무슬림의 유럽 및 서구 사회로의 융합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알아즈하르는 테러 직후 이를 규탄했던 기관이다. 해외 언론의 반응도 엇갈렸다. 아랍권 대표 방송인 알아라비야와 알자지라는 만평을 게재하지 않았다. 영국 더 타임스 가디언 인디펜던트 BBC방송과 미국 CBS방송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만평을 소개했지만 텔레그래프와 뉴욕타임스 CNN방송 AP통신 등은 그림을 빼거나 링크를 걸었다. 파리 AP·AF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