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과 연계된 시민들이 파리 테러에 희생된 작가 이름이 적힌 십자가 깃발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왼쪽).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12일 반이슬람 시위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난민 환영, 하나의 세계, 하나의 사랑'이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걷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유럽이 반이슬람 시위와 이에 반대하는 시위로 들썩거리고 있다.

독일 드레스덴의 반이슬람 시위가 프랑스 테러를 계기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AP, dpa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독일 작센 주 드레스덴에서 지난해 10월부터 매주 월요일 열린 '유럽의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월요시위에 역대 최다인 4만여 명이 참가했다. 시 당국은 2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2만5000명은 프랑스 테러가 있기 1주 전보다 7000여명이나 늘었다.

대부분 50대 이상 남성인 참가자들은 검은색 옷을 입고 나와 독일 국기와 이민자에 반대하는 손팻말을 흔드는 한편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테러에 희생된 프랑스인들을 1분간 묵념으로 애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네덜란드도 반이슬람을 내세운 극우정당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네덜란드 현지언론 '데 혼트'가 지난 11일(현지시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슬람과 이민, 유럽연합(EU)에 반대하는 극우정당인 자유당 헤이르트 빌더스 당수의 지지도가 1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빌더스 당수는 프랑스 파리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 이후에도 서방은 이슬람과 "전쟁 중"이라면서 이슬람에 대한 강경조치를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의 반이슬람 집회는 인종주의 배척과 다민족 공존을 강조하는 반페기다 세력의 결집에 압도당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과 제1공영 ARD 방송, 보도전문채널 n-tv에 따르면 12일 페기다가 이끈 월요집회와 이에 맞서는 집회가 드레스덴 외에도 수도 베를린 라이프치히 뮌헨 등 독일 곳곳에서 열렸다.

이날 베를린에서 열린 페기다의 반이슬람 집회 참가자는 400명에 불과했지만 반페기다 집회에는 4000명이 참가했다. 월요시위의 본고장인 라이프치히에서도 이날 처음으로 페기다 집회가 열렸고, 반페기다 동조자들이 이를 규탄하며 맞섰다. 반페기다의 깃발 아래 모인 시민은 3만 명을 헤아렸지만, 페기다 쪽은 수백 명에 머물렀다.

드레스덴 페기다 시위 현장 인근에서도 반대시위가 열려 참석자 7000명이 '페기다는 인종차별주의자' '독일은 당신들이 부끄럽다' 같은 구호로 맞섰다. 베를린을 비롯한 독일 대다수 지역에서 페기다 반대 시위가 압도적이지만 드레스덴에서 페기다가 유독 확산세를 보이는 것에 대해 폴란드와 체코 국경 인근 시골마을 주민들의 반이민 정서 때문이라고 AP는 분석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시위가 시작되기 전 페기다를 강력 비판했다. 그는 취재진에 '이슬람도 독일의 일부'라는 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의 말을 언급하면서 "무슬림 스스로 파리 테러 같은 폭력을 거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영국 더타임스는 13일 유럽 전역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이민과 반이슬람 정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반이슬람, 반이민 시위대를 악마시하지 말고 건전한 논쟁과 정책을 통해 이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