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 상공도 일방적 포함
- 한중 관계에도 미묘한 파문
- 주변국 안보지형 뒤흔들고
- 남중국해·서해로 확대할수도

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 식별구역(CADIZ)을 선포한 지 1년이 됐다. 이 조치의 단행은 아직 동북아에서 관련국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나 심각한 갈등 양상을 불러오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긴장요소인 것만은 틀림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영공과는 별개 개념인 방공식별구역은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선을 뜻한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동중국해 일대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는 사실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며 주변국들을 긴장시켰다. 이 구역을 지나는 모든 항공기는 사전에 중국 외교부나 민간 항공국에 비행계획을 사전 통보해야는 것이 주 골자다.

또 모든 항공기는 중국 관리기구의 통제에 따라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으면 무장력을 동원해 '방어적 긴급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은 한국, 일본, 대만 등으로 둘러싸인 동중국해 상공 대부분을 포함해 논란을 낳았다. 특히 중일 간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는 물론 오키나와 서쪽 지역까지를 포함해 일본에 대한 압박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던 셈이다.

센카쿠 국유화로 중일 갈등을 자초한 바 있는 일본은 중국의 조치를 강력 비난하는 한편 이번 사태를 한미일 3각 공조의 복원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실제로 중국을 상대로 한 미일 간 군사적 공조 행보는 더욱 강화됐다.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체제 출범 이후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한중 관계에도 미묘한 파문이 일었다. 한국의 이어도 상공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외교적 갈등만이 아니다. 동중국해 상공에서는 방공식별구역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중국과 이를 무시하려는 미국·일본 간 힘겨루기가 전개됐고, 때때로 양측 전투기 사이에 우발적인 충돌 위기까지 벌어졌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지난 5월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군용기 2대와 중국군 전투기가 30m까지 접근하는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다. 지난 8월에는 중국군 수호이(Su)-27 전투기 1대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 해군의 P-8 대잠초계기에 약 15m까지 근접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외교적 갈등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것은 시진핑 체제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국방력 강화 및 독자적 지역안보체제 구축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 주석은 방공식별구역 선포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 정상회의에서 "아시아 안보는 아시아 국가들이 지키자"고 호소하며 '아시아 신안보관'을 제창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문제와 관련해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남중국해 등으로의 확대 가능성이다. 중국은 당분간 추가적인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공중안전위협'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얼마든지 방공식별구역을 남중국해와 서해(황해)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의 앞으로 행보에 따라 동북아의 안보지형은 더욱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