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 일방통행에 공화당과 충돌

- 지지도 추락 → 6년차의 저주로

- 이민법 개혁·최저임금 인상 등

- 현안들 못 풀면 레임덕 가속화 

11·4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이 패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운영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입지가 좁아져도 키는 오바마 대통령이 쥐고 있다. 그의 선택 여하에 따라 정국 경색이 심해될 수도, 절충점을 찾아 대타협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패배는 이미 예견됐다. 중간선거 자체가 전통적으로 집권 여당에 불리했던 데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피로감 등 여러 악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우선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40%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가장 큰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민주당 후보들의 면면이 공화당에 밀렸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몬태나, 웨스트버지니아 주처럼 소속 현역 의원 은퇴 후 경쟁력 있는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한 반면, 공화당은 예비선거에서 극우 강경파인 티파티 인사들을 상당수 걸러냄으로써 본선 경쟁력을 높였다. 이런 복합적 요인으로 오바마 대통령 역시 '6년차의 권태'나 '6년차의 저주'로 불리는 징크스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실제 1945년 이후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집권 2기에 치러진 다섯 번의 중간선거 중 여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경우는 1998년이 유일했다. 이때도 야당이던 공화당이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무리수를 뒀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지 여당의 선전으로 승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은. 그는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공화당이 핵심 국정 어젠다 입법화를 거부하면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맞서면서 양측 간 대립이 심화됐다. 지난해엔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예산을 삭감하려고 올인하다가 2014년 회계연도 개시 전까지 예산안을 처리 못해 16일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이 발생했고, 올해는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을 권한남용 혐의로 제소를 추진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의회가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며 공화당을 강하게 비판해 온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처럼 '마이웨이' 행보를 계속할 경우 공화당과의 마찰 속에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선거결과와 관계없이 이민개혁에 관한 행정명령 발동 의지를 내비쳤고, 공화당은 '불법이민자 사면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외에도 온실가스 규제, 최저임금 인상 등 공화당이 반대하는 이슈가 많아 양측의 충돌지점은 예상보다 훨씬 많다. 

특히 공화당 일부 강경파 인사들은 오래전부터 선거 승리 땐 오바마 대통령의 일방적 행정명령 조치를 모두 되돌리겠다고까지 공언해 왔다.

공화당과 대타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공화당과의 타협 없이는 어떤 일도 제대로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남은 기간 자신의 '업적 쌓기'를 위해서라도 오바마케어나 연금제도 개혁 등을 놓고 공화당과 대타협을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 입장에서도 '국정 발목 잡기' 인상을 줄 경우 예상치 못한 역풍이 불 수 있는 데다 차기 대선국면을 고려해 타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마이웨이에 따른 파국이냐 대화·양보에 기반한 대타협이냐는 결국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으며, 향후 정국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잣대는 이민개혁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압승으로 미국의 한반도 정책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해외 문제 개입에 소극적인 공화당의 성향을 감안하면 미국의 대외정책 운용에서 고립주의 경향이 심화될 소지가 있지만 한반도 정책만큼은 그동안 민주·공화 양당이 일종의 '컨센서스' 속에서 초당파적 접근을 꾀해왔다는 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