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인대 상무위 부비서장인 리페이 홍콩기본법위원회 주임이 1일(현지시간) 홍콩 입법회를 찾아 차기 홍콩 행정수반 선거의 후보 자격 결정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서 민주파 헬레나 웡 픽완이 거세게 반대하자 보안요원들에게 끌려나가고 있다. AP 연합뉴스

- 범민주파, 홍콩 중심가 도로점거
- 일부 시민단체 인사 체포 되기도

중국 당국이 2017년 차기 홍콩 행정수반 선거의 후보 자격을 결정한 데 대해 홍콩의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내홍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31일 홍콩 선거 후보자격과 관련,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애국인사여야 한다"고 못박았다.

이에 홍콩의 민주주의와 자치를 중시하는 범민주파는 전인대 결정에 반대하는 투쟁에 돌입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홍콩정부 청사 앞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항의시위를 한 데 이어 현지 금융 중심가인 센트럴의 주요 도로를 점거하는 등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톈안먼 민주화 운동 학생 지도자들도 센트럴 점령을 지지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범민주파 입법회(홍콩의 의회격) 의원들은 정치개혁안을 부결시키겠다고 공동 서명했다.

범민주파의 온건파 의원들도 동조하고 있다. 안손 찬 전 정무사장(총리격)의 대변인은 "홍콩 정부에 의한 대중적 합의를 완전히 조롱거리로 만들었다"며 "홍콩 시민들이 가짜 민주주의에 속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과학자 50여 명도 홍콩의 민주적인 자치를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린 중국을 비판하는데 가세했다. 학계에서는 휴업 투쟁 주장까지 나왔다. 요하네스 찬 전 홍콩대 교수는 "50% 추천 안은 범 민주파의 선거 참여를 막을 것"이라며 2012년 선거 때보다도 상황은 더 나빠졌다고 비판했다.

중국 중앙 정부는 전인대 상무위 부비서장인 리페이 홍콩기본법위원회 주임을 이날 홍콩으로 보내 전날 결정의 취지를 설명하며 결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항의하는 야권 시민단체 인사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전인대 결정에 대해 "홍콩 정치발전에 매우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라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인민일보는 1면에 게재한 사설을 통해 "전인대의 결정은 홍콩 기본법과 홍콩의 실제상황에 부합한다"며 "결정의 내용은 합법적이고 정세에도 부합하며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야권에 대해서도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신문은 "일부 인사들은 기본법 틀 밖의 보통선거를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는 심지어 사심을 갖고 홍콩의 민의를 사칭해 홍콩의 법치전통과 사회질서를 훼손하려 한다"면서 "일을 시끄럽게 함으로써 그 본질은 홍콩을 '독립' 또는 '반 독립'의 정치 체제로 바꿔놓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신화통신도 이날 평론에서 "불법 행위로 홍콩을 어지럽히고 외부 세력을 동원해 중앙정부에 압력을 가하고 일국양제(一國兩制)에 반하는 조치를 시도하는 것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