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수출 금지 방안 거론되자
- 프랑스, 상륙함 수출 강행 발표
- 영국 수상 "있을수 없는 일" 반발
- 독일, 러 에너지 의존 높아 '미적'

대러시아 제재를 논의하던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서로 감정 섞인 비난을 주고받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피격과 관련, 브뤼셀에서 EU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관리들을 비자발급 중단과 자산동결 등 제재 대상에 추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추가 제재에 합의했지만 뒤로는 상대를 '위선자'라고 공격하며 분열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는 이날 러시아 무기수출 금지 방안이 거론되자 상륙함 수출 계약이 틀어질까봐 전전긍긍하다가 겨우 가슴을 쓸어내렸다. 프랑스는 자국 상륙함의 러시아 수출에 대해 영국과 미국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음에도 강행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프랑스의 미스트랄급 상륙함 수출은 나토 국가의 대러시아 군수분야 수출로는 최대 규모이다.

캐머런 영국 총리가 21일 "우리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상륙함 수출을 문제삼고 나서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계약을 취소하면 러시아에 11억 유로(1조5000억 원)를 변상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상륙함 공급 계약은 2011년도에 체결됐으므로 제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올랑드 대통령이 속한 사회당 당수 캉바델리도 "영국은 뒷마당부터 청소하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런던에 은신한 러시아 올리가르히(재벌)에 대해 영국 정부가 먼저 규제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 정치 평론가인 안드레이 피온트코프스키는 "캐머런 총리는 일단 '푸틴의 지갑'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계좌부터 동결하면 된다"며 영국 정부의 모순된 태도를 꼬집었다.

영국은 푸틴 정권을 간접 지원했다는 구체적 증거가 없으며 자국 내 러시아인들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런던 금융가에서 러시아 자금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적은 내부에도 있었다. 영국 의회에서 자국 정부의 표리부동한 모습을 고발하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보고서에는 영국 정부가 지난 3월 러시아로 무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공언한 후에도 지난 5월 중순까지 미사일 부품 등 1억3000만 파운드(2270억원) 상당을 승인한 사실이 담겨있다.

이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독일도 러시아 제재에 소극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한편 우크라 반군이 서방에 넘겨준 말레이 여객기 탑승자 시신의 수가 애초 발표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네덜란드 법의학팀은 승무원 포함 298명의 탑승객 중 282구의 시신이 수습됐다고 주장했으나 정작 확인된 시신은 200구에 불과했다고 공개했다고 23일 말레이 언론이 보도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 조사단은 "최소 2곳에서 시신들을 목격했다"며 "수습이 제대로 진행되는지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토니 애벗 호주 총리도 "범죄 뒤에 대규모의 증거 인멸과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며 "은폐를 위해 증거를 없애는 행위는 분명히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3일 보도했다. 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