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마틴 카플러스(83) 하버드대 교수, 마이클 레비트(66) 스탠퍼드대 교수, 아리 워셜(73) USC 교수의 업적은 컴퓨터로 복잡하고 큰 분자의 화학적 성질을 밝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현재 전 세계 화학자 대부분은 화학반응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의 일종인 '참'(CHARMM)을 사용하고 있다. 카플러스는 참이 탄생하는 데 공로가 큰 이론화학 분야의 대가다. 레비트와 워셜은 이 프로그램의 다양한 응용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는다.
참은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과 거시 세계를 다루는 '고전역학'을 적절히 배합한 '분자동력학'(분자역학)을 기반으로 한다.
참이 등장하기 이전에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화학자가 '가우시안'이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가우시안의 창시자 존 포플 역시 1998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가우시안은 화학에 양자역학을 적용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원자의 개수가 적고크기가 작은 분자 연구에 적합하다. 하지만, 생명과학 발전으로 단백질처럼 큰 분자의 화학 반응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가우시안은 큰 분자 분석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카플러스, 레비트, 워셜이 제시한 방법은 분자의 핵심에 가까운 부분에는 양자역학을, 멀리 떨어진 부분에는 고전역학을 적용하는 등 거리에 따라 다른 물리법칙을 이용하는 '다중척도 모델링'(멀티스케일)이다.
이 방법을 발전시키면 약물이 단백질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효소에서 어떤 작용이 일어나는지 등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나아가 신약개발에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양자화학 이론만으로 큰 분자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계산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어려움이 있다"며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을 요령껏 섞으면 계산에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 큰 분자들의 화학적 특징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화학은 원래 분자의 성질과 분자 간 반응을 설명하는 학문"이라며 "화학자들이 복잡한 분자의 화학적 성질을 실험실에 가지 않고도 컴퓨터로 설명할 수있는 토대를 닦은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참 프로그램 개발에는 카플러스 밑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원영도 한양대 화학과 교수도 직접 참여했다. 서울대 화학과의 이상엽 교수는 카플러스의 직계 제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