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경찰이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워싱턴DC 해군 복합단지 주변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해군 복합단지(네이비 야드) 내 사령부 건물에서 16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13명이 숨졌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수도 한복판에서, 그것도 군 시설 내에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가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와 해군,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0분께 워싱턴DC 해군체계사령부(NAVSE) 건물에서 30대의 흑인 용의자가 식당과 홀에 있던 직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해 1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워싱턴DC의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과 경찰 당국은 "숨진 용의자 1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집계된 총사망자는 13명"이라고 확인했다. 부상자는 최소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경찰과 교전 중 사살된 용의자 에런 알렉시스(34)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났다. 캐시 레이니어 워싱턴DC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장은 "오늘 단지에서 발생한 인명의 손실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단 한 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외에 또 다른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목격자들은 괴한이 복합단지 내 197번 건물에 있는 식당 위층에서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으며, 다른 층의 복도에서도 총을 쐈다고 증언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토니 브런디지 씨는 "3층 복도에서 온통 푸른색 옷을 입은 무장괴한과 마주쳤다"면서 "그는 갑자기 돌아서더니 총을 마구 쏴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숨진 용의자의 범행 동기 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일자리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함께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사건 직후 연방수사국(FBI)이 즉각 조사에 나섰으며, 보스턴 마라톤대회 테러 사건을 담당했던 법무부 산하 주류·담배·화기단속국(ATF) 전문가들도 현장에 급파됐다. 펜타곤 등 워싱턴DC 동내 공공건물의 경비가 대폭 강화됐으며, 주변 학교에는 임시 휴교령이 내려졌다.

백악관과 의회는 애도의 뜻으로 조기를 게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또다시 총격에 의한 대량살상 사건에 직면했다"면서 희생자와 유족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이런 비겁한 행동을 한 사람이 누구든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모든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