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5,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날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개인정보 수집 사실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임시 망명한 미 중앙정보국(CIA) 전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G20 회담에는 참석하지만 푸틴 대통령과 단독 회동할 계획은 없다고 7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가 최근 스노든에게 임시 망명을 허용하면서 그의 송환을 요구한 미국과 외교적 마찰을 겪었다. 이 때문에 외교가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항의 차원에서 G20 회담 참석이나 푸틴 대통령과의 만남을 취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미국 NBC 방송의 유명 토크쇼 '투나잇쇼'에 출연해 G20 회담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의 임시 망명 결정에 대해서는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그들(러시아)이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으로 뒷걸음질하는 때가 있다. 그들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내가 계속 말하고자 하는 것은 냉전이 과거의 일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스노든이 지난 6월 말 홍콩으로 건너가 NSA의 개인정보 수집 활동 등 국가 기밀을 폭로하자 스노든을 간첩죄 등으로 기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스노든이 폭로한 감시망과 관련해 "미국 국내를 대상으로 한 감시 프로그램은 없다. 테러 공격과 연관된 전화번호나 이메일을 추적하는 메커니즘은 있지만 이렇게 얻은 정보는 (테러 방지에) 유용하다"며 기존의 견해를 되풀이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9일 워싱턴DC에서 러시아와 양국의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의'를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스노든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