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마르코스 딸 조사 방침
- 올랑드 대통령 친구 수난 예고
주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서 흘러나온 재산 은닉 자료들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약 250만 개의 전자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뒤 관련자 명단을 속속 공개하면서다.
5일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옛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의 맏딸이 BVI 문건에 거론된 데 대해 정부가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마리아 이멜다 마르코스 마노톡은 아버지의 정치 기반인 필리핀 일로코스 노르테주에서 2010년 주지사에 당선됐다.
캐나다 상원은 전날(현지시간) 페이너 머천트 상원의원의 남편이자 저명 변호사인 토리 머천트가 BVI 문건에 오른 일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토리 머천트 변호사는 캐나다 법조계에서 '집단 소송의 왕'으로 불릴 만큼 대형 집단소송을 주로 맡아 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친구이자 지난해 올랑드 대선캠프의 공동 재무담당자였던 장 오기에도 ICIJ가 제시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랑드 대통령은 오기에의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서도 "프랑스 법에 어긋나는 부분은 당국에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몽골에서는 전직 재무장관 출신의 국회 부의장 바야르척트 상가자브가 이 일에 연루되면서 정계 은퇴까지 시사했다.
이번 일이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질 여지도 있다. 공개된 문서 가운데 '서류상 기업(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온 BVI의 '커먼웰스 트러스트'에 대한 내용에는 러시아의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변호사가 제기한 러시아 고위층의 부패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가 담겼다. 2009년 마그니츠키가 사망하기까지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미국이 부패 연루 러시아 관리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마그니츠키 법안'을 지난해 제정하자 러시아는 미국인이 러시아 출신 어린이를 입양하지 못하는 법률을 만들어 맞선 바 있다.
금융위기와 탈세 방조 혐의 등으로 타격을 입은 유럽 은행업계는 BVI 문서가 완전히 분석되면 한 차례 더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스위스의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자회사 클라리덴, 독일의 도이체방크가 BVI를 통해 서류상 기업을 만드는 과정을 도왔음이 BVI 문서에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 국세청은 BVI에 재산을 숨긴 부유층 가운데 한국인이 있는지 확인 작업에 나섰다. 국세청은 "ICIJ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 국제 미디어들이 협력해 발굴해낸 재산은닉자 명단을 압수하기 위해 다방면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