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시절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다가 쓰라린 패배와 함께 철수했던 러시아가 약 25년 만에 아프간 땅에 '귀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2014년 철수 이후를 대비해 아프간에 '정비기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러시아 국방 관계자들을 인용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아프간 귀환이 '이중적인 목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프간군이 운용하는 자국산 무기와 군사장비를 유지·보수한다는 명분과 필요성을 내세우고 있지만 동시에 중앙아시아 역내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도 내포돼있다는 분석이다.
일단 옛 소련 및 러시아제 군사장비가 아프간군 전력의 뼈대를 이루는 만큼 러시아가 유지·보수를 도울 객관적 필요성이 있다는게 러시아 정부 측의 설명이다.
세르게이 코셸레프 러시아 국방부 국제협력국장은 "아프간군의 무기 체계와 군사장비를 우수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최근 언론에 말했다.
미국은 지난 10여년 간 아프간군을 위해 러시아 국영 무기수출회사인 '로소보론엑스포트'로부터 헬리콥터 등 수억 달러 어치의 무기를 사들였다. 서방의 첨단무기가 탈레반의 손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Mi-17 공격헬리콥터 70대를 아프간군 지원용으로 구매한 바 있으며, 30대를 더 사들일 계획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실제로는 아프간에 일종의 '전진기지'를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는 1979년 아프간을 침공했다가 10여년에 걸친 전쟁 끝에 막대한 병력 손실만을 입고 1989년 철수했던 경험이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게 아프간은 미국의 베트남과 같은 존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의 정비기지 조성 검토가 '패전 트라우마'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내 전문가들은 정비기지 조성이 상업적 차원일 뿐이며 군사적 역할은 전혀 수행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아프간의 안정은 러시아가 옛 소련권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재통합하는데있어 필수적 조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경제통합체인 '유라시아 연합(Eurasian Union: EAU)' 창설 구상 등 옛 소련권의 재통합을 내세우고 있다.
러시아는 나토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면 아프간과 인접한 러시아 남쪽의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마약 유통과 무력 분쟁 등 사회적 혼란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국경을 넘나드는 이슬람 무장세력의 발호는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한 바 있다.
아나톨리 치가노크 러시아 국방부 공공자문위원은 "미국인들이 떠나기를 기다리기도 전에 러시아가 아프간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투자할 때는 바로 지금"라며 "지질탐사와 석유·수자원 개발, 카불 시내 지하철 건설 등 아프간 정부 측에서 많은 제안이 들어와 러시아 정부의 검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