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국 각지에서 23일(현지시간) 정부의 긴축 정책과 잇단 부패 추문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이날 수도 마드리드를 포함 바르셀로나와 발렌시아, 세빌랴 등 전국 80여 개 도시에 집결한 시위대는 드럼 소리에 맞춰 시가지를 행진하며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 정부의 퇴진을 요구했다.
주최 측이 '시민의 물결 23F'이라 명명한 이번 시위에는 전국적으로 간호사, 의사, 교사, 소방공무원, 광부 등 직업군을 망라한 수만 명이 참가했다.
여기서 '23F'는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숨진 지 5년 만인 지난 1981년 2월23일 군부가 왕정 민주주의를 채택한 정부를 상대로 일으킨 쿠데타를 상징한다. 당시 마드리드의 하원 의사당을 습격한 이 쿠데타는 곧 진압돼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2011년 집권한 라호이 총리의 보수파 정부는 국가 재정 적자를 해결하고 전면 구제금융을 피한다는 미명 아래 대규모 감축과 증세 정책을 단행했다.
그러나 의료와 복지 등 공공서비스 부문 예산 감축을 골자로 하는 현 정부의 긴축 정책은 2011년 말 시작된 경기침체와 맞물려 수많은 부도 기업을 양산하고 수백만 국민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지난해 현재 스페인의 실업률은 26%에 이른다.
시위대의 반정부 정서는 최근 몇 주간 연이어 불거진 집권당과 왕실의 부패 스캔들로 최고조에 달했다.
이날 마드리드에서는 1981년 군부 쿠데타 발생 장소인 의사당 인근 광장에 집결한 시위대가 수 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했다.
마드리드 당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2천여 명의 전경을 배치했지만 무력 충돌은 없었다.
주최 측의 요청에 따라 시위대는 의료서비스와 환경, 소방서비스 등 각자의 관심 사안을 상징하는 색으로 옷을 맞춰 입었다. 일부는 프랑코 독재정권과 왕정이 들어서기 이전의 스페인공화국 국기로 몸을 휘감았다.
시위에 참가한 건설 노동자 루이스 모라(55)는 "우리는 일평생 살고자 발버둥쳤는데 (정부가) 이제 와서 한 번의 가위질로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